삼성이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이재용 회장은 취임 3주년을 맞아 9년 가까이 이어진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털어내고 '뉴삼성 2막'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기술 경쟁 심화 속에서도 올해 3분기 영업이익 '10조 클럽' 복귀, 성과연동 주식보상(PSU) 제도 도입 등으로 체질 개선과 인재경영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른바 '액션 경영'을 앞세운 이 회장의 행보가 내달 정기 인사를 기점으로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이에 딜사이트는 기획 시리즈 〈날개단 뉴삼성〉을 통해 사법 리스크 해소 이후 이 회장이 이끄는 삼성의 변화와 도전을 짚어본다. 이 회장의 리더십을 중심으로 실적 개선, 주가 상승, 반도체 경쟁력 회복으로 이어지는 '삼성 반등' 시나리오를 차례로 조명한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최근 주식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기세가 무섭다. 올해 초만 해도 '5만 전자'를 벗어나지 못했던 삼성전자가 이제는 '10만 전자' 돌파를 목전에 두며 그야말로 '환골탈태'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주가 10만원'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 크다. 단기적인 실적 개선을 넘어 반도체 부문의 기술 경쟁력 회복과 장기적인 '초격차 리더십'을 복원할 수 있다는 신뢰의 지표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업계의 슈퍼사이클 진입과 더불어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의 납품 계약 성사 등이 삼성전자의 주가를 밀어 올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에 '10만 전자'까지는 손쉽게 도달하고 내년에는 그 이상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가 상승이 단순 거품에 지나지 않으려면 본원적인 기술 경쟁력 회복이 우선이라는 조언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17일 장중 9만9100원을 기록했다. 기존 삼성전자가 장중 최고가를 기록한 2021년 1월 11일 9만6800원에서 4년 9개월 만에 다시 최고 신기록을 달성한 것이다. 혹시나 했던 '10만 전자'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2분기 이후부터 꾸준히 상승하던 주가는 10월 중순부터 9만원을 돌파하며 급등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3분기 실적이 공개된 지난 15일에는 반도체 업계 호황으로 인한 반도체주 랠리 등 미국 증시 훈풍과 삼성전자 3분기 호실적이 반영되며 프리마켓에서 주가 9만7500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게다가 17일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이 미국 암 조기진단 기업 그레일에 1억1000달러 투자 계획을 밝히며 바이오·헬스케어 분야 입지 강화에 나서자 주식 시장이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주가가 급등한 이유로 반도체 업계 호황으로 인한 반도체주 랠리 등 미국 증시 훈풍과 삼성전자 3분기 실적 발표를 꼽는다.
삼성전자는 지난 15일 올해 3분기 매출 86조원, 영업이익 12조1000억원을 기록했다는 내용의 잠정 실적을 공시했다. 이는 2022년 2분기 기록한 영업이익 14조1000억원 이후 가장 높은 실적이다. 반도체 업계가 본격적으로 슈퍼사이클에 올라탔다는 전망이 삼성전자 실적으로 증명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2년 넘게 5만~7만원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던 상황과 비교했을 때, 현 상황은 그야말로 '환골탈태'나 다름없다.
2018년 260만원대를 호가했던 주가를 50분의 1로 액면분할한 이후 삼성전자는 수년간 크게 반등하지 못했다. 지난 2021년 코로나19 이후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 호황을 맞으며 9만원대를 돌파했지만 다시 업황이 어려워지면서 주가도 5만원대를 맴돌았다.
지난해에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붐과 더불어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고대역폭메모리(HBM3E) 12단 제품을 공개하며 8만8000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다만 정작 AI 시장의 '큰손'이라 불리는 엔비디아 납품이 밀리는 등 근원적 경쟁력을 잃었다는 평가와 함께 '5만 전자'로 돌아왔다.
올해 2분기 어닝쇼크를 전후로 다시 수렁에 빠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하반기부터 반등하며 상승 곡선을 타고 있다. 6월 20일 종가 6만500원으로 '6만 전자'에 안착하더니, 7월에는 8만대를 돌파하고 어느새 '9만 전자'까지 도달했다. 반도체 업계 슈퍼 사이클이 도래하면서다. '
인공지능(AI) 추론 시장이 커지면서 고성능 범용 D램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품귀 현상이 발생하자, D램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며 실적 개선까지 이어졌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에서도 호재가 이어졌다. 엔비디아 공급망에 진입하지 못했지만 AMD, 브로드컴 등 빅테크 기업에 HBM3E 12단 제품을 공급하면서 수익성도 챙겼다.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던 파운드리가 빅테크 공룡인 테슬라·애플과 납품 계약을 맺은 것도 주가 상승의 기폭제로 작용했다.
업계에서는 여러 호재와 견조한 실적이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맞물리면서 '10만 전자'까지는 문제없이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올해 반도체 호황이 단기간의 '반짝 회복'이 아니라 더 오래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현재 일반 서버 교체 시기와 AI용 서버 신규 투자 등이 겹치면서 관련 수요가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이번 호황이 적어도 내년까진 이어질 것으로 평가를 내리는 이유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전망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했던 모건스탠리마저 '낙관론'으로 돌아섰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한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 의견을 시장 평균 수준(in-line)에서 '매력적(attractive)'으로 상향 조정하고 삼성전자를 '최선호주'로 뽑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호황은 AI 인프라가 확산되면서 HBM뿐 아니라 다른 메모리 반도체들이 필요한 '이중 호황'으로 볼 수 있다"며 "이미 슈퍼사이클은 도래했고, 그 결과가 바로 삼성전자 3분기 실적이다. 이대로라면 10만원까지는 금방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10만 전자를 뚫고 그 이상으로 돌파할 여력도 남아 있다고도 했다. AMD가 오픈AI와 6기가와트(GW) 전력량이 필요한 AI 가속기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이 수혜는 AMD와 협력 관계를 다지고 있는 삼성전자가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앞선 관계자는 "4분기는 더 좋을 것이고 내년 실적은 그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며 "AMD와 오픈AI가 맺은 6GW 그래픽처리장치(GPU) 수량을 따져보면, 전체 계약 금액에서 15%는 메모리 반도체 구입에 투입된다. 그 수혜가 삼성전자에 고스란히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주가 상승과 여러 호재에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과제가 가려져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반도체 호황이 '거품'으로 남지 않으려면 절치부심해 기술 경쟁력을 회복해야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고 본격 경영에 나선 이재용 회장에게 남겨진 숙제다.
재계 관계자는 "전영현 DS부회장이 취임한 이후 삼성전자의 본원적인 기술 경쟁력이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적이 좋은 것은 어쩌면 기술 경쟁력 회복이라는 근원적 문제를 다시 덮는 꼴이 될 수 있다"며 "이 회장으로선 이번 호황이 기술력 회복과 신성장 동력 발굴로 내실을 다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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