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
뉴스 랭킹 이슈 오피니언 포럼
산업 속보창
Site Map
기간 설정
농협중앙회
반도체 생태계 협력없는 호황 없다
이세연 기자
2025.10.21 08:25:09
삼성·하이닉스 등 대기업 중심 '공동 성장 모델' 구축해야…정부도 지원 필요
이 기사는 2025년 10월 20일 08시 4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국내 반도체 업계가 활기를 되찾고 있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는 물론,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가격이 일제히 오르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도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시장 기대치를 20%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냈고, SK하이닉스는 내년 영업이익이 5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까지 나온다.


표면적으로는 국내 반도체 산업 전반이 회복 국면에 들어선 모습이지만, 협력사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아직 냉랭하다. 그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만 바라보며 불황기를 버텨온 협력사들은 시장 상황이 나아진 지금도 경영 여건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하소연한다.


삼성전자는 최근 평택캠퍼스 P4(4공장) PH4 협력사 입찰에서 작업비를 일괄 5% 삭감하겠다고 통보했다. 앞서 PH3 공사 당시 15%를 깎은 데 이어 또다시 인하에 나선 것이다. 그럼에도 그동안 평택캠퍼스 투자 지연으로 일감이 거의 끊겼던 탓에, 이번 입찰에는 이례적으로 많은 업체들이 몰렸다. 한 협력사는 수주를 따내기 위해 정상가보다 40% 낮은 금액을 써냈고, 삼성전자 측은 실제 수행 가능 여부를 수차례 확인한 뒤 각서까지 받아낸 것으로 파악됐다.


SK하이닉스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최근 SK하이닉스의 팹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 업체는 결제 방식이 '60일 어음'이라는 사실을 알고 발을 뺐다. 거래 금액이 1억원만 넘어도 어음 결제가 이뤄진다고 한다. 자금이 급한 협력사들은 은행에서 소위 '어음깡(어음할인)'을 하지만 곧바로 현금화하기 어렵다. SK하이닉스가 설정한 회차별 할인 한도가 500억원에 불과해, 사실상 선착순으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늦으면 할인 승인이 거부돼 만기일까지 기다려야 한다.

관련기사 more
'3층 팹' 삼성전자 P5, 첫 클린룸 마감공사 '2027년'…HBM4 속도 HBM4 사업 윤곽…수율 확보 '총력' 삼성, V9 QLC 낸드 내년초 램프업…전환 투자 '속도' SK하이닉스, 역대 실적으로 현금흐름 강화

반도체 제조·생산 공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들도 예외는 아니다. 한 소부장 업체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투자 국면에 들어서면 협력사들과 별도의 구매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채 일단 설비투자를 미리 집행하라고 요구한다"며 "하지만 업황이 꺾이거나 예상보다 작업량이 줄어들면 모르쇠하는 태도를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기업의 호실적 뒤편에는 산업 기반을 떠받치고 있는 협력사들의 팍팍한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업황 사이클 변동에 따른 위험은 함께 지지만 성과의 과실은 위로만 쌓이는 구조가 고착돼 있다. 최근의 반도체 훈풍이 생태계 전반으로 퍼지기 어려운 이유다.


문제는 해외 경쟁사들의 추격이 거세지는 지금, 생태계 불균형이 국가 경쟁력의 기반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이미 화웨이를 중심으로 소부장 협력사들과 '공동 성장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기업의 자체 기술력뿐 아니라 생태계의 자생력까지 함께 키우는 방식이다. 사실상 국내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해야 할 일을 중국에서는 화웨이가 대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는 단순히 수주 규모만 바라보는 양적 성장 만으로는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기술을 넘어 생태계 싸움으로 확장되는 지금, '상생'은 단순 미사여구가 아닌 실질적 전략으로 작용해야 한다. 협력사들이 안정적으로 투자금을 회수하고, 자체 기술력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장기 경쟁력을 강화하는 출발점이다.


정부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화웨이의 공동 성장 모델 뒤에는 중국 정부의 막대한 투자와 정책적 지원이 있다. 우리 역시 산업 전체를 조망하는 국가적 차원의 조율이 필요하다. 최근 정치권에서도 이를 의식하고 관련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국가 차원에서 주도하는 반도체 로드맵이 논의되고 있는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호황기에도 팽팽한 긴장을 이어가는 산업 생태계가 다음 불황기에 부메랑으로 돌아오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이제는 '함께 살아남는 구조'를 고민해야 할 때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kb금융지주3
lock_clock곧 무료로 풀릴 기사
help 딜사이트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특별한 콘텐트입니다.
무료 회원 가입 후 바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more
딜사이트 회원전용
help 딜사이트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특별한 콘텐트입니다. 무료 회원 가입 후 바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회원가입
Show moreexpand_more
제4회 딜사이트 IB 대상
Infographic News
ESG채권 발행 추세
Issue Today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