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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한화' 수중전 'LIG-KAI' 공중전…물어뜯는 K-방산
이우찬 기자
2025.10.09 07:00:20
7.8조 차기구축함 수주 날 선 갈등에 장기 표류, 1.8조 전자전기 격돌…해외 확장 발판 노림수
이 기사는 2025년 10월 08일 06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이우찬 기자] K-방산 기업들이 육해공을 넘나들며 서로 물어뜯고 있다. 수중에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경쟁한다면 상공에서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LIG넥스원이 맞부딪쳤다. 내수 산업에 머물러 있던 방산이 시장을 키우고 글로벌 영토로 뻗어나가면서 국내 기업간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업계에 따르면 LIG넥스원-대한항공 컨소시엄은 최근 방위사업청이 추진하는 1조8000억원 규모 한국형 전자전 항공기(전자전기) 사업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KAI-한화시스템 연합을 따돌리며 승리를 거머쥔 것이다. 전자전기는 전자장비와 교란장치를 탑재해 적 대공레이더를 무력화하는 전략무기다. 북한 평양 일대 다층 방공망 무력화와 공군 침투 능력 향상에 중추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과거 공생 관계였던 KAI와 LIG넥스원은 이번 전자전기 사업에서 피 튀기는 경쟁을 벌여 주목받았다. KAI는 전투기 제조 역량을 강조해왔다. 항공기 개발·개조와 안정성 검증에서 국내에서 가장 앞서 있어서다. LIG넥스원은 전자전 장비 개발·운용 관점에서 차별화를 앞세웠다. LIG넥스원 쪽이 승리하면서 20여년 두 기업이 구축했던 공생 관계가 균열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수중에서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을 둘러싸고 지난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쪽으로 기우는 모습이었으나 또다시 미궁에 빠졌다. 방사청 방위사업기획·관리분과위원회(분과위)는 지난달 'KDDX 상세설계·선도함(1번함) 건조'를 수의계약으로 한다는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었다. HD현대중공업과 수의계약으로 진행하는 대신 한화오션이 반대급부로 얻을 수 있는 조건이 제시됐지만 민간위원들의 빈축을 사며 최종 결정은 또다시 표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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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청이 군사기밀 유출 혐의로 HD현대중공업에 내렸던 보안 감점 조치를 1년 연장한 것도 논란이다. 방사청이 유죄가 확정된 2개 사건을 분리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HD현대중공업은 "방사청이 보안 감점 종료를 한 달 반 앞둔 상황에서 새로운 정황이 없는데도 동일 사건이 아니라고 결정했다"며 "국가안보의 핵심 중추인 방산을 책임지며 묵묵히 헌신한 기업에 대한 심각한 신뢰 훼손"이라며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출동한 지난 5월 부산 마덱스(국제해양방위산업전)에서도 충돌했다. HD현대 쪽은 "기본설계를 했고 계약하는 순간 즉시 상세설계에 들어갈 수 있다"며 "1년 정도 사업이 지연됐는데 시간을 최대한 단축할 수 있는 것은 HD현대중공업의 장점이다"고 강조했다. 한화 쪽은 "HD현대와 한화가 각 보유한 기술의 특장점이 있다"며 "공동 개발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두 기업의 치열한 난타전 와중에 KDDX 사업을 담당했던 방사청 함정사업부 신모 해군 준장이 올해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임기보다 7개월가량 빠르게 전역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KDDX 상세설계·선도함 건조업체 선정 과정에서 한화오션으로부터 압박을 받고 돌연 전역한 것이다. 한화오션 측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직권남용죄)를 언급하며 신모 준장을 압박했고 부담을 느낀 그가 특정 업체와의 유착 의혹에 대해 결백을 주장하며 자진 전역을 선택한 것이다. 한화오션 측은 신모 준장 압박과 관련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이 같은 국내 기업간 치열한 수주 경쟁은 방산이 수출 주도형 산업으로 전환하며 먹거리가 늘어난데 따른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수주전에서 승리하는 것은 해외에서 레퍼런스로 작용해 더 큰 사업화를 위한 무기가 되는 것이다. 방산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해 국제 정세와 맞물려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도 방산을 전략 수출 산업으로 낙점했다. 석유화학, 철강 등 제조업 부진 속에 저성장 탈출을 위한 카드로 방산을 키울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방산업체들의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 주도형 산업으로 도약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국내 방산기업들은 런던에 이어 유럽 전략 거점으로 떠오른 폴란드 진출에도 너나없이 적극적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다연장로켓 천무의 유도탄을 현지 생산할 방침이다. 폴란드 최대 민간 방산기업 WB그룹과 다연장로켓 천무의 유도탄 생산을 위한 현지 합작법인 설립에 최종 합의했다. 올해 폴란드에 현지법인을 세운 KAI는 폴란드 차세대 전투기 도입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유럽 시장 확대에 공들이고 있다. 폴란드 공군은 노후화된 전투기 전력을 대체하고 전시 작전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추가 전투기 32대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가상의 적을 두고 싸우던 국내 방산업체들이 이제 서로 물어뜯는 형국이 됐다"며 "해외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주도권을 놓지 않기 위해 서로 출혈 경쟁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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