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신세계디에프 사령탑에 이석구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가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최근 지속된 실적 악화와 인천공항 임대료 갈등으로 사업 전반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그룹 내 '검증된 베테랑'이 전격 투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이 대표가 부임 이후 풀어야 할 첫 번째 숙제로 인천공항 면세사업에 대한 방향 제시가 될 것으로 관측 중이다. 특히 공항 면세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할지 아니면 잔류를 선택할지 이 대표의 경영 판단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석구 대표는 이달 26일 신세계그룹이 단행한 2026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 대표로 선임됐다. 지마켓은 1985년생 대표를,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그룹 최초의 40대 여성 대표를 발탁하는 '젊은피'가 돋보이는 그룹 인사 속에서 노장인 이 대표의 이동은 주목을 받았다.
이 대표는 조선호텔, 스타벅스, 신세계라이브쇼핑 등 신세계그룹 여러 계열사에서 대표를 역임한 '장수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바탕으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회장이 맡고 있는 계열사를 넘나들며 대표직을 수행해왔다.
현재 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가 처한 상황은 상당히 심각하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해 359억원, 올해 상반기 3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부산점 폐점으로 시내면세점이 명동 본점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최근에는 인천공항공사와의 임대료 갈등도 매듭짓지 못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공항공사를 상대로 임차료 감액청구 소송을 냈지만 공사가 이의신청을 하면서 조정은 최종적으로 불성립됐다. 함께 감액 청구 소송을 낸 신라면세점이 중도 퇴점을 결정한 가운데 인천공항 외 사업장이 명동 본점 1곳밖에 없는 신세계면세점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특히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공항 철수를 결정할 경우 위약금만 2000억원 가량을 토해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기 상황에 전격 투입된 이 대표는 그룹의 '믿을맨'으로 평가될 정도로 뛰어난 경영 성과를 보여왔다. 지난 11년이나 대표로 있던 스타벅스에서는 사이렌오더와 드라이브스루를 도입하며 스타벅스 브랜드가 국내에서 자리잡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후 신세계라이브쇼핑에서는 계열사간 협업 상품으로 경쟁력을 끌어 올리며 작년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하기도 했다.
그룹 내부 관계자는 "이석구 대표는 어느 곳에 가도 항상 말단 직원들과 매일 식사를 할 정도로 회사 사정을 속속들이 파악하려고 하는 꼼꼼한 경영자"라며 "또 회사의 가치를 높이고 위기를 해결하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고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분야에서 혁신도 끊임 없이 시도하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가 신세계면세점 대표로 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당면하게 될 가장 큰 과제는 인천공항 철수 여부다. 인천공항 철수를 결정할 경우 2000억원의 위약금을 물어야 해서 유동성이 풍부하지 못한 신세계면세점 입장에선 모회사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실제 적자를 지속하면서 신세계디에프의 현금성자산은 작년 기준 640억원으로 전년(1050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내려갔다.
위약금 부담이 있지만 철수를 결정할 경우 높은 임차료로 인한 적자 부담을 해소할 수는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DF1(5346원), DF2(5616원) 사업권을 각각 최저수용금액보다 168%, 161% 높은 금액을 써내 낙찰을 받았다. 낙찰가에 여객수를 곱한 신세계면세점의 예상 연간 임차료는 3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인천공항에 남는 선택을 할 경우 위약금을 물고 나간 뒤에 더 낮은 금액으로 재낙찰을 받아 임차료 부담을 낮추는 방법도 있다. 임대료 감액 청구 소송 과정에서 삼일회계법인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인천공항 면세점 재입찰 시 임대료는 현재 대비 40% 가량 낮아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장기간 검토해 온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낼 수도 있다. 호텔신라가 이번에 인천공항 퇴점이라는 결단을 내릴 수 있던 배경에는 해외공항 면세점에 입점한 기반 때문이다. 롯데도 인천공항에서는 나갔지만 해외 면세점을 확대해 둔 덕에 올 상반기 21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대기업 면세점 3사(롯데·신라·신세계) 중 유일하게 흑자전환에 성공하기도 했다.
시장 한 관계자는 "이석구 대표 정도의 인물을 보냈다는 것은 신세계면세점이 최악의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단 의미"라며 "현재 신세계면세점이 처한 경영 상황에 대한 파악을 빠르게 마친 뒤 인천공항 사업 지속이나 대안 마련 등 빠른 의사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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