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은 기자] 지난해 역대급 빅배스에 나서며 고강도 재무관리에 나서고 있는 현대건설이 PF 우발채무 관리 차원에서 서울권 도급사업장에서 잇따라 시공권을 내려놓고 있다. 브릿지론 단계에서는 초기 자금 조달을 지원하지만 정작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전환해 착공에 들어가는 시점에는 시공권을 다른 건설사에 넘기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에만 30조원 이상 매출을 올린 현대건설이 수십억원 수준의 수수료 수익을 쫓기 위한 전략적 선택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오히려 강도 높은 재무관리 차원에서 PF 우발채무를 줄이기 위해 사업장을 정리하는 수순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사업성을 따져 보고 큰 이익이 남지 않는 곳이라면 본PF 전환 전 소액 수수료 수익만 거둬 들이고 빠진다는 설명이다. PF 우발채무 감소 효과는 톡톡히 거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이후 9개월간 도급사업 부문에서의 PF우발채무액은 8000억원 정도 축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최근 1년 사이 수서역세권 복합개발, 은평뉴타운 시니어타운 등 4개 도급사업장에서 시공권을 포기했다. 브릿지론 단계에서는 PF대출 연대보증까지 제공하며 사업을 지원했지만 본 PF 전환 이후 착공 국면에 들어서면 최종 시공은 다른 건설사가 맡는 방식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4월 서울 강남구 수서동의 '수서역세권 공공주택지구 업무유통용지 B1-3블록 복합개발사업'이다. 현대건설이 당초 시공을 맡기로 하면서 자금보충 및 채무인수 약정을 통해 강도 높은 신용보강을 약정하며 초기 자금 조달을 도왔지만 시공은 KCC건설이 맡는다.
지난해 12월 서울 은평뉴타운 시니어타운 개발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현대건설은 해당 사업 시행 지분(29.9%)을 보유하고 있는 주요 주주로서 브릿지론 보증까지 섰음에도 착공을 앞두고 시공권을 동원건설산업에 넘겼다.
시행사 지엘산업개발 계열사가 추진하는 사업 2곳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반복됐다. 돈의문2구역 재개발과 마포로5구역 10·11지구 역시 브릿지론 대출 만기 연장 때마다 현대건설이 일부 대출금에 대해 연대보증을 서면서 사업을 지원했지만, 최종 시공권은 HL디앤아이한라와 GS건설·자이에스앤디가 가져갔다.
이 같은 행보는 업계에서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보통 브릿지론 단계에서의 PF연대보증은 담보가 토지에 국한되는 만큼 이자율이 높아 리스크가 더욱 크다. 반면 본 PF 단계는 토지 확보, 인허가, 착공 등 주요 리스크가 상당 부분 해소돼 상대적으로 안전하기 때문에 건설사들은 일반적으로 시공권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브릿지론 단계에서 보증에 나선다.
현대건설도 업계 최상위권의 신용도와 자금 조달 능력을 바탕으로 이 같은 사업 전략을 펼쳐왔다. 브릿지론 연대보증을 제공하며 사업 초기 자금 조달을 지원함으로써 시행사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추후 시공권 확보에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는 동시에 수수료 수익도 얻었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와 소규모 시행사들의 경영난으로 공사비 미지급 리스크가 커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PF 우발채무 우려가 높아지자 현대건설은 개별 사업의 사업성을 면밀히 검토한 뒤 최종 시공에는 참여하지 않고 물러서는 것이다. 이처럼 현대건설이 리스크가 높은 브릿지론 보증까지 서면서도 최종 시공에서는 물러서는 이유는 PF 리스크 관리와 맞닿아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현대건설은 도급사업 참여 규모를 줄이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도급사업 PF 보증액은 6조54억원이었으나 올해 들어 5조2158억원으로 13%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정비사업 보증액은 4조8525억원에서 5조6815억원으로 늘어났다. 사업 성격에 따라 PF 우발채무액의 증감이 서로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리스크가 큰 도급사업 PF 우발채무 비중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정비사업에 무게를 두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해당 사업장들은 사업성 검토 과정에서 시행사와 협의를 통해 시공권을 조정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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