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태웅 기자] 원화거래소 코빗의 시장점유율 회복 방안이 요원해지고 있다. 이 회사가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에 맞춰 지급하고 있는 이용자 예치금 이용료율(이자율)을 두 달 만에 하향조정 한 데다 신규 코인 상장에도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사들과 비교해 투자자 유인책이 뚜렷하지 않다는 평가다.
18일 가상자산거래소 업계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이 9000만원 선을 돌파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코빗의 영향력은 점차 줄고 있는 모양새다. 가상자산 분석 플랫폼 코인게코가 이날 오후 3시 집계한 5대 원화거래소의 전체 거래량은 3조6534억원이다. 이중 코빗의 거래량은 519억원으로, 시장점유율은 0.4%에 불과하다. 나머지 원화거래소의 거래량과 점유을은 ▲업비트 2조1839억원(59.8%) ▲빗썸 1조3998억원(38.3%) ▲코인원 519억원(1.4%) ▲고팍스 16억원(0.1%) 등이다.
사실 코빗의 시장점유율이 1%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이 회사도 저조한 점유율을 제고하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전개해 왔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전개한 수수료 무료이벤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올해 7월에도 업계 최대 수준의 예치금 이자율 2.5%를 공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빗은 최근 들어서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일 예치금 이자율을 기존 2.5%에서 2.1%로 낮추기로 결정한 것. 거래소 업계에서 예치금 이자율을 중요한 투자자 유인책으로 평가하고 있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 회사가 다른 거래소들과의 점유율 경쟁에서 스스로 물러난 셈이다.
문제는 코빗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리면서 성장동력 역시 묘연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신규 이용자를 모객하기 위해 예치금 이용료율과 같은 눈에 띄는 전략을 모색해야 하지만 적절한 마케팅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거래소가 유통하지 않는 가상자산을 발굴하는 것도 규제로 인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추진하는 것도 재무 여건에 발목이 잡혀 있다. 코빗의 관계사인 SK스퀘어의 반기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는 올 상반기 말 기준 코빗의 지분가치를 장부상으로 113억9800만원으로 인식하고 있다. 연초 기준 141억2300만원의 장부가치에 자본변동 등으로 6000만원을 상향 조정하고 지분법손실 27억8500만원을 반영한 결과다. SK스퀘어가 코빗의 지분 32.2%를 보유하고 있는 점을 계상하면 코빗이 올해 상반기 86억49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상반기 순손실을 연간으로 단순 환산할 경우 코빗의 올해 예상 손실 규모는 172억9800만원이다. 지난해 14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적자폭이 22.0% 늘어나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코빗은 성장 전략을 수립조차 못하고 있다. 다만 내실을 쌓는 방식으로 사업 기반을 다지는 작업에 한창이다. 이 회사가 최근 주문 처리 속도와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거래 체결 엔진 및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금융인증서를 도입해 거래 편의성을 제고하는 점도 이 회사의 방향성과 맥을 같이하는 대목이다.
코빗 관계자는 "투명하고 정상적인 상장 절차를 밟아 본연의 거래소 업무에 집중할 것"이라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따라 이용자 자산 보호, 고객 만족도 제고에 임하며 가상자산의 제도권화에 따라 발 맞춰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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