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은 기자] 최근 건설사들이 도급 계약 공시에서 공사비 지급 조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정부의 하도급 보호 기조와 맞물린 움직임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정부가 원청의 하도급 대금 지급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상위 계약(시행사-원청) 단계에서 공사 대금 지급 조건을 명확화하는 분위기가 반영된 셈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HL D&I, HDC현대산업개발 등은 올해 체결한 공사 도급 계약에서 '1개월 단위 지급', '3개월 단위 지급' 등 대금 지급 시기를 구체적으로 공시하고 있다. HL D&I 측은 공정거래위원회의 하도급법 준수를 강조하는 기조가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시행사와 원청 간 계약서에 월 단위나 분기 단위 지급 조건이 포함돼 있었지만, 공시까지 이루어진 것은 올해 들어 증가하는 추세다. 과거에는 계약서에 공사 대금 지불 방식이 기성불인지 분양불인지 정도만 기재됐지만 최근에는 기성불일 경우 공사 대금 지급 시점까지 공개되고 있다.
이번 조치는 법적 지침에 따른 것은 아니며 일부 사업장에서 건설사가 자발적으로 이행하는 현상이다. 업계에서는 공사비 지급 시점 명시가 하도급사 보호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청과 시행사 간 계약 단계에서 지급 조건이 명확해지면 하도급사에 대한 지급 시점도 예측 가능해져 미지급이나 지연을 방지할 수 있다.
실제 올해 들어 하도급금 지급 관련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초 '하도급 대금 지급 유예 근절'을 위해 유보금 약정 개선을 행정예고하고 하도급금 지급을 지연시키는 관행을 부당특약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도 직접 나서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가 오는 9월 30일까지 전국 건설 현장을 대상으로 다단계·일괄 하도급, 임금체불, 안전사고 관련 불법 하도급 합동 단속을 진행한다. 시행사와 원청 간 계약 단계에서 지급 조건을 명확히 하는 이번 공시 확대는 단속과 맞물려 하도급사 권익 보호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시에 따른 법적 효력과 실효성은 아직 제한적이지만 건설사 입장에서도 공사 대금 수취 시점이 명확해지면 공사비 미수금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또한 시행사로부터 공사 대금 지급 시기를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하도급사에 대한 지급 시점도 보다 명확하게 계획하고 관리할 수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계약 조건을 명확히 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유보금 관행 제거 의지가 맞물리면서 나타나는 추세"라며 "이를 통해 하도급금 미지급이나 지연 문제를 예방하고 하도급사 권익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며 기업 입장에서도 자금 흐름 관리도 제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