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건혁 기자] "한국 사회는 사실 굉장히 기울어진 운동장입니다. 금융위원회가 소비자 편이 아니라 금융사 편에 서 있죠. 금융위의 첫 번째 책무와 목적이 금융산업을 일구는 것이니까요. 제가 금감원장으로 있으면서 대놓고 소비자 보호를 내세우자 굉장히 불편해하던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9일 딜사이트와의 인터뷰에서 금융시스템 전반에 소비자 보호가 외면받고 있다고 직격했다. 그는 금융감독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모피아(MOFIA)'를 꼽았다. 모피아란 재무부(Ministry of Finance)와 마피아(Mafia)의 합성어로, 기재부 출신 관료들이 정·관계와 금융권 곳곳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를 비판할 때 쓰이는 표현이다.
윤 전 원장은 "모피아들이 서로 끈끈하게 얽혀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보니 금융감독이 원칙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며 "금융위 조직 개편을 포함한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가 지연되는 것도 금융감독 권한을 모피아가 쥐고 있어야 권력이 강화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감독 강화하려 해도 금융위가 수위 조절"
윤 전 원장은 대표적인 사례로 2019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당시 상황을 언급했다. 일부 은행이 상품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판매해 소비자 피해가 속출하자, 금감원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각각 230억원, 250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또 당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에게 문책 경고를 내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여러가지 갈등이 있었다고 그는 회고했다. 윤 전 원장은 "징계 수위를 금융위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은행법상 금감원장에게 권한이 있었다"며 "이후에 말이 많을 걸 알았지만 각오하고 징계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감독이 확대돼서 금융회사에 잘못된 걸 지적하거나 하면 금융산업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며 "금융위는 산업을 키워 성과를 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금감원 검사를 톤다운하려는 경향이 있었다"고 꼬집었다.
◆ 스테이블코인 규제 "큰 틀의 통찰 필요"
윤 전 원장은 금융회사의 잘못된 행태가 반복되는 배경 역시 느슨한 금융감독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2023년 홍콩 ELS(주가연계증권) 상품을 소비자에게 불완전판매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윤 전 원장은 "금융회사들이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고 상품을 팔고 자기들은 돈만 벌면 된다는 식의 문제가 반복되면 결국 소비자 신뢰를 잃고 산업도 저해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제대로 감독하는 것이 산업에도 도움이 되는 길"이라 말했다.
최근 금융업계에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도 큰 틀의 규제가 필요하다며 신중론을 내놨다. 현재 은행권부터 신중히 도입하자는 입장과 비은행권까지 스테이블코인 발행할 수 있도록 하자는 입장이 갈리고 있다.
윤 전 원장은 "지금 논쟁은 미지의 영역으로 건너가는 다리를 누가 짓느냐에 대한 것과 비슷하다"며 "하지만 정작 더 중요한 건 다리를 건넌 뒤에 무엇을 할 것인가, 디지털 금융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스테이블코인은 지금은 작은 문제처럼 보여도 규모가 커지면 예측하기 어렵다"며 "기존 금융사들도 소비자 보호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은 만큼 장기적 안목에서 큰 틀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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