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건혁 기자] 기획재정부와 금융당국(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17년만에 조직개편을 앞두고 있다. 기재부와 금융당국의 재편은 매 정권 때마다 정부 조직개편과 맞물려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무산됐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가 확고한 금융감독체계 전면 개편 의지를 드러낸 만큼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직개편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은 논의의 핵심인 정책기능과 감독기능의 분리는 필수 불가결하다고 본다. 다만 세부 방안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제시된다. 가장 높게 거론되는 금융감독위원회 설립 외에도 한국은행을 통한 감독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개편 과정에서 기재부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위, 금감원 내 의사결정기구로 둬야"…"금소원, 역할·효율화 측면서 필요"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학 객원교수는 금융위 해체와 함께 금감원 내부에 금융감독위원회를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두는 방식을 제언했다. 윤 교수는 "금감원은 공무원이 아닌 민간조직으로 가는 게 옳다"며 "금감위를 두되 이전과 달리 원내 위원회를 두어 금감원장이 금감위원장이 되는 형태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18대 금융감독원장을 지낸 바 있는 윤 교수는 금융당국의 정책·감독 분리 필요성을 역설해 온 대표적인 인사 중 한 명이다. 그는 "국가적 차원에서 한국금융의 미래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고 설계하는 일에 집중하려면 정책기관이 분리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 같은 논의를 하다가 주저앉은 경우가 많았는데 새 정부는 이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박상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도 "금융 국제화가 더욱 심화되는 상황에서 국제·국내 금융정책이 같이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금융위가 정책과 감독을 같이 하면서 정책이 우선순위로 가서 감독기능 자체가 약화되는 일이 빈번했다"며 "금융위가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냐는 비판을 받는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 교수는 정책기능 분리와 함께 감독기능 내의 건전성 감독·소비자보호 역할 분리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설립이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금융소비자 보호가 더욱 중요해졌다"며 "과거 롤모델로 삼았던 영국의 경우에도 금융위기 이후 거시경제 감독과 금융소비자보호를 분리시켰다"고 설명했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조직 효율화 측면에서 금소원 분리가 타당하다고 본다. 고 교수는 "건전성 감독과 영업행위 감독은 충돌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며 "감독의 전문성을 확보하려면 나눠지는 게 지금보다 더 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금감원 조직 자체도 너무 비대해진 감이 있다"며 "수장의 통제 측면에서도 분리를 통해 효율성을 추구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감독기능 한은 이관도 살펴봐야"…기재부 세분화 필요성 주장도
감독기능을 한국은행으로 이관해 정책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 원장은 "금감위가 부활할 경우 새로운 권능을 휘두르는 기관이 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기재부의 금융정책 영향을 받지 않도록 금융통화위원회처럼 한은에 금감위를 두는 것이 금융산업 발전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 원장은 "과거 외환위기의 발생 원인 중 하나가 당시 재정경제원이 은행 대출 영역에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르면서 부실대출이 확대된 탓"이라며 "영국도 금융정책을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에서 하도록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기재부 역할이 너무 과도해지는 것을 경계했다. 강 교수는 "시장 자율을 고려하면 기재부의 힘이 좀 빠져야 하는 측면도 있다"며 "기획과 예산, 금융이 다 별도로 나눠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라고 답했다.
조직개편을 통한 감독기능 분리가 과도한 권력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책과 감독과의 관계를 좀 더 신중히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분리가) 감독기능 전문화 측면에서는 좋지만 그 기능이 너무 세지면 그것 또한 리스크"라며 "정책적인 측면에 대한 고려 없이 감독만 하게 되는 게 바람직한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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