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금융권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차기 금융감독원장이다. 금융정책에 대한 실질적인 감독·제재를 맡고 있어서다. 특히 최근 임기를 마친 이복현 전 금감원장이 다양한 현안에 대해 이른바 광폭 행보를 보이면서 금감원 수장에 대한 주목도는 이전보다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현재까지 금융권 안팎에서 나오는 전망을 종합하면, 과거 문재인 정부와 마찬가지로 비관료 출신 금감원장을 임명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분위기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치권과 학계를 중심으로 차기 금감원장 하마평이 오르내리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김병욱·홍성국 전 의원이, 학계에서는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원승연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가 거론된다. 관료 출신으로는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현재 금감원장 대행을 맡고 있는 이세훈 수석부원장의 이름이 나온다.
금감원 출범 이후 현재까지 금감원장을 지낸 인물은 15명이다. 이들 중 11명은 관료 출신이다. 나머지 4명 중 2명은 학계 출신(최흥식·윤석헌), 1명은 정치계(김기식), 1명은 검사 출신(이복현)이다.
금감원장은 10대 진웅섭 원장까지 관료 출신이 임명됐다. 초창기에는 금융감독위원장의 겸직 체제가 이어진 점, 분리 이후에는 금융위와의 유연한 소통 필요성 등이 관료 출신 원장이 자리에 앉아온 이유로 꼽힌다. 금감원 내부 역시 불만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관료 출신 원장을 가장 무난한 선택지로 평가한다.
비관료 출신 금감원장의 탄생은 2017년 문재인 정부 시절에서다. 2017년 9월 11대 금감원장으로 취임한 최흥식 원장은 첫 민간 출신이자 학계 출신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 가상자산과 관련된 논란과 함께 하나은행 채용비리 혐의에 연루되면서 이듬해 3월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임명된 김기식 원장 역시 첫 정치인 출신으로 수장에 올랐지만 역시 결말은 좋지 않았다. 취임하자마자 국회의원 시절 행보가 논란이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해당 행보가 위법이라는 판단이 내려지면서 김 원장은 취임 15일만에 직을 사임했다.
역시 민간 출신인 윤석헌 원장은 이복현 원장과 더불어 3년 임기를 모두 채운 몇 안되는 인물 중 하나다. 이전까지 3년 임기를 채웠던 인물은 5대 윤증헌 원장(금감위원장 겸임), 7대 김종창 원장 2명 뿐이었다.
윤 원장은 임명 이전부터 금융위원회에서 금융행정혁신위원회, 금융발전심의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으며 금융당국 기능에 대한 개혁에 목소리를 높여왔던 인물이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위·금감원 재편 역시 윤 원장의 개혁론에 바탕을 둔다. 그는 금융당국의 정책기능은 엑셀러레이터, 감독기능은 브레이크에 비유하며 두 기능의 분리를 강력히 주장해왔다.
이번 정권 역시 그 당시와 마찬가지로 비관료 출신이 차기 원장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포용금융 확대 등 개혁정책과 기획재정부부터 금융위·금감원까지 이어지는 대대적인 조직 개편이 추진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같은 움직임에 힘을 실을 수 있는 인물이 올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금감원 내외부적으로도 차기 금감원장에 대한 다양한 전망이 엇갈린다. 최근 거론되는 후보들과 관련해서는 조직 운용의 관점에서 학계보다는 정치권 출신 인사가 다소 낫지 않겠냐는 의견도 조심스레 나온다.
금감원 전직 고위 임원은 "학계 출신의 경우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지시나 행보가 나타날 수 있다"며 "금융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면 정치계 출신이 현재로는 더 나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치권 인사들이 금감원장 자리를 다른 목적을 위한 용도로 남용할 수 있다는 부정적 시각도 상존한다. 금융정책에 대한 적절한 감독·규제가 아닌 개인의 홍보나 업적을 위한 자리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거론되는 인사 중에서는 다른 직위에 가기 전에 본인을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금감원장을 원하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일각에서는 금감원장 임명이 금융위원장 교체보다 빠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 개편을 비롯한 현안이 적지 않은 만큼 빠르게 신임 금감원장을 선임해 정책 속도감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장은 인사청문회 절차 없이 금융위원장 제청을 통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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