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슬이 기자] 회생기업 홈플러스 새 주인 찾기가 일부 원매자들의 예비실사로 본격화하면서 퀵커머스 시장을 주도하는 쿠팡이 유력한 인수 후보군의 하나로 거론된다. 쿠팡은 전국단위 물류망과 막강한 현금 유동성을 가지고 있어 전략적 시너지가 상당하다는 평가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로켓배송을 앞세워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보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지난 2분기 약 12조원의 매출과 2093억원의 영업이익으로 분기 최대매출과 흑자전환을 동시에 이뤄냈다. 유통업계 최강자가 된 쿠팡은 최근 몇 년간 로켓배송 권역을 전국으로 확장하려 지역 물류망 구축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전국 30개 도시에 100개 이상의 물류센터를 가동 중으로 2026년까지 3조원 이상의 투자로 전국 단위의 물류 인프라를 완성할 계획도 세웠다.
쿠팡 입장에서 홈플러스 인수는 오프라인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지역 유통망까지 한 번에 손에 넣을 기회다. 홈플러스는 전국 약 120개의 대형마트와 300개가 넘는 익스프레스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전 지역에 점포가 고르게 분포돼 있어 각 매장을 지역 물류 허브 또는 픽업 거점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로켓배송이 가능한 이른바 '쿠세권'을 빠르게 늘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이커머스의 한계라 지적된 신선식품 유통과 중장년층, 지역 소비자에 대한 접근성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홈플러스를 통해 전통 유통업계 내 존재감을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다는 평가다. 쿠팡이 애초 사업적 벤치마크 모델로 제시한 아마존 역시 대형 플랫폼 사업자로 성장한 이후 물리적 매장 기반을 확보한 '홀푸드(Whole foods market)'를 인수해 온오프 옴니채널을 강화했다. 오프라인 매장을 물류 인프라로 재해석해 프리미엄 신선식품 유통망과 충성고객층을 단번에 확보한 것이다.
홈플러스 후보군 가운데 쿠팡은 최고 수준의 자금력을 갖고 있다. 지난해 국내 유통기업 가운데 최초로 매출 40조원을 돌파했으며 지난해 하반기 기준 5조7000억원 규모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차입금을 뺀 순현금도 2조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다른 유통 기업들이 고금리와 시장 불확실성 속에 대형 투자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과 달리 자체 실탄만으로도 홈플러스 인수가 가능한 주체로 평가된다.
다만 쿠팡은 홈플러스 자산 인수설이 불거질 때마다 선을 그어왔다. 지난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매물로 나왔을 때도 공식적으로 가능성을 부인했다. 이미 전국 단위의 물류센터와 지역 거점을 상당 부분 확보한 상황에서 고정비 부담이 큰 대형마트 인수는 전략적으로 부담이 크다는 판단이 앞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선 정부가 홈플러스 매각 과정에 일정 부분 개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에 주목한다. 홈플러스는 직간접 고용 인원만 2만명에 달하는 대형 유통기업으로 정부 입장에서도 마냥 손을 놓고 볼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결국 적극적인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정부가 직접 기업들을 상대로 인수를 독려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현 정부가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 제정을 추진하는 만큼 쿠팡이 정부에 일정 부분 협조하는 태도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 온플법은 일정 규모를 넘어서는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 거래를 방지하려는 법안이다. 크게 온라인 플랫폼 독점 규제에 관한 법률(독점규제법)과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공정화법)로 나뉜다. 구글·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가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큰 독점규제법은 미국의 반발로 추진 시기를 조율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배달 플랫폼과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를 겨냥하는 공정화법은 계획대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출범과 정책적 환경을 고려해 쿠팡이 정면 대응보다는 일정 수준의 협조적 태도를 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2만명의 노조원을 상대해야 할 부담은 이른바 '미국기업 쿠팡'에는 불가능에 가까운 난제다. 그러나 이마트그룹이나 롯데마트 등이 노동규제 이슈에 막혀 새벽배송을 하지 못하는 사이 국내 최대 유통사가 된 만큼 사회적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제시된다. 쿠팡의 기존 경쟁력인 24시간 배송 서비스 등은 그대로 허용하면서 새로운 계열사를 구성해 홈플러스를 인수해 마트 산업으로 진출하게 하는 방안이다. 쿠팡이 홈플러스 인수에서 막대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면 정부의 규제 리스크를 일종의 협상 카드로 조율하고 특혜논란을 피해 인수자가 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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