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증권사의 '캡티브 영업' 관행에 본격적으로 메스를 대기 시작했다. 지난 3월부터 현장검사에 착수해 기업금융부서를 대상으로 회사채 관련 방대한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 그간 증권사들은 계열사나 타 부서를 동원해 회사채 수요예측에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주관 업무를 따내는 '캡티브 영업'을 관행처럼 여겨왔다. 하지만 이는 시장의 유통금리를 왜곡시키고, 투자자 판단을 흐릴 수 있다는 점에서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돼 왔다. 이상 거래가 적발된 발행사와 주관사를 추적해 유통 거래 내역을 분석하고 문제가 시장에 미친 영향을 짚어본다.
[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금융감독원이 주요 증권사들의 '캡티브 영업' 실태 점검을 마무리했지만 업계에서 말하는 현장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발행사들은 여전히 증권사에 원하는 수준의 캡티브 물량·금리를 요구하고 있고, 증권사들도 이에 응하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시장을 정비할 금감원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변화의 조짐은 일부에서 감지되고 있다. 그간 논란이 되던 자사 내부의 이해충돌 구태는 줄었다는 평가다. 증권사가 직접 자기 계정으로 수요예측에 참여한 후에 단기간에 액면가 이하로 물량을 유통시장에 처분하는 행위 등이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22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달 8일 KB증권과 NH투자증권을 끝으로 총 6개 주요 증권사에 대한 캡티브 영업 현장 점검을 마무리했다. 4월 중순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을 시작으로 신한투자증권과 키움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까지 순차적으로 검사를 진행했다.
이번 점검에서 금감원이 집중적으로 들여다본 것은 주관사가 참여한 회차 이외의 거래에, 자기 계정으로 수요예측에 참여해 물량을 배정받은 뒤, 이를 단기간 내 유통시장에 액면가 이하로 되파는 관행이었다. 이 같은 단기 매매는 금리를 인위적으로 왜곡해 연기금 등 실수요자의 물량 확보를 어렵게 만든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됐다.
금감원은 단순히 발행 프로세스를 들여다보는 수준을 넘어 수수료 보전과 내부 수요의 구성 방식 및 유통 가격과의 괴리까지 종합적으로 파악했다. 이에 따라 현장 점검 이후 증권사들의 단기 트레이딩 관행은 눈에 띄게 줄었다는 평가다. IB업계 관계자는 "혼탁했던 유통시장이 이전보다 확실히 개선됐다"며 "증권사 개별 계정의 단기 매매가 줄어든 점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시장 신뢰가 일정 부분 되살아나면 국민연금 같은 연기금도 우량등급 기업 위주의 채권 수요예측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실제 국민연금은 금감원이 점검에 나선 기간 동안 롯데렌탈과 SK브로드밴드, S-OIL, SK㈜ 등 채권 수요예측에 참여했다. 업계 관계자는 "캡티브 점검이 유일한 요인은 아니지만 연기금의 참여 폭이 넓어진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시장이 '발행사의 캡티브 요구'를 보다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는 것이다. 증권사들이 자발적으로 단기 매매 관행을 자제하더라도, 발행사가 계열 증권사에 원하는 금리로 일정 물량을 할당해 달라는 요구가 지속되는 한 시장 구조 자체는 근본적으로 바뀌기 어렵다. 실제 금감원이 현장 점검에 나선 기간에도 발행사의 캡티브 및 금리요구는 계속됐다.
문제는 이 같은 요구에 대해 금융당국이 직접 개입하거나 규제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현행 감독 체계상 금감원의 권한은 증권사에 집중돼 있다. 때문에 발행사 측 행위를 제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실제 금감원은 이번 점검 과정에서 증권사 실무진에게 문제 해결을 위한 의견을 청취했다. 다수의 현장 관계자들은 "이제는 발행사를 향한 규율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단순히 증권사의 수요예측 참여 방식을 손보는 게 아니라 이른바 발행사의 갑질 요구를 포괄할 실효성 있는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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