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LG디스플레이가 파주 사업장의 TV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라인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eLEAP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기술인 만큼 당장 양산에 돌입하거나 라인 전환을 고려할 수는 없다. 다만 단계적으로 기술 검증을 거치면서 차세대 기술에 투자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 파주 사업장 내 TV OLED 라인 가동률은 30% 수준으로 추정된다. LG디스플레이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024년 사업보고서(Form 20-F)에 따르면, 지난해 파주 OP1 공장의 유리기판 투입 능력은 월 5만8000장(58K)으로 나타났다. 반면, 광저우 OLED 공장은 월 7만5000장(75K)으로, 광저우의 가동률이 더 높았다.
이에 TV용 OLED 라인에 여유가 생기자, LG디스플레이는 eLEAP 방식의 OLED 양산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기술 검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LEAP은 파인메탈마스크(FMM)를 사용하지 않고 오픈메탈마스크(OMM) 방식으로 적색·녹색·청색 화소를 증착하는 방식으로, 일본 JDI가 발표한 기술이다. 최근 8.6세대 IT OLED 진출을 선언한 비전옥스(Visionox)가 채택한 증착 기술인 ViP(Visionox intelligent Pixelization)도 이를 기반으로 한다.
통상적으로 OLED 생산에는 철로 된 마스크를 활용해 유기화합물이 정확한 영역에 증착되도록 하는 FMM 방식이 쓰인다. 그러나 FMM 방식은 마스크의 크기에 따라 화소 밀도나 기판 크기에 제약이 있어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eLEAP은 포토공정(photolithography)을 통해 유기화합물을 패터닝하고 화소가 아닌 부분을 노광·식각해 제거하는 방식이다. 마스크가 없기 때문에 화소에서 빛이 나올 수 있는 면적인 개구율이 높아지며, 이에 따라 OLED의 수명도 길어진다. JDI에 따르면 eLEAP 방식으로 생산한 OLED의 개구율은 60%로, 기존 28% 대비 두 배 이상 넓다.
TV용 OLED의 경우 원장 크기가 큰 만큼 마스크를 활용하는 게 비효율적이기에 OMM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TV용 OLED인 백색 OLED(W-OLED)의 경우, 컬러필터를 먼저 만든 뒤 백색 단일 소자를 증착하기 때문에 OMM 방식이 더 적합하다.
LG디스플레이로서는 eLEAP 역시 OMM 기반이라는 점에서 기술 검증을 거쳐 라인을 eLEAP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전환에 성공하면 RGB OLED 생산도 가능해져 라인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의 W-OLED도 OMM 방식인 만큼, eLEAP 전환을 평가할 수 있는 적합한 라인"이라고 말했다.
TV용 OLED 라인에서 옥사이드(Oxide) 박막트랜지스터(TFT)를 활용하고 있는 만큼 해당 라인을 IT 패널 생산에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옥사이드 TFT는 산화물을 기반으로 하며 전자 이동 속도가 빨라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구현에 유리하다. 주로 대형 OLED에 쓰이며, 모바일이나 IT 기기용 패널에는 일정 수준의 이동 속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삼성디스플레이는 8.6세대 IT OLED에 옥사이드 TFT를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5'에서는 옥사이드 TFT를 적용한 IT OLED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에 LG디스플레이도 기술 검증을 통해 가능성을 타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앞선 업계 관계자는 "(IT 패널에서의) 옥사이드 TFT는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 그러나 삼성디스플레이가 투자에 나선 만큼, IT 패널에서도 옥사이드 TFT를 사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생긴 것"이라며 "옥사이드 TFT를 갖춘 LG디스플레이 TV OLED 라인을 eLEAP으로 전환하면 IT 패널 생산에도 활용할 수 있는 연결점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eLEAP 방식을 통한 OLED 양산에 성공한다면, 새로운 투자를 하지 않고도 기존 라인을 활용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LEAP 기술 검증에도 조(兆) 단위의 투자가 필요하지만, 8세대 IT OLED 라인 신설에 비해서는 투자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다만 eLEAP은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기술이라는 점이 걸림돌이다. 해당 기술을 개발한 JDI도 지난 2월, 기술 난이도와 낮은 양산성 등을 이유로 eLEAP 방식 OLED의 자체 양산을 포기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eLEAP을 통해 양산에 성공하면, 신규 투자를 하지 않고 기존 라인을 재활용한다는 복안이 될 수 있다"며 "다만 1~2조원 규모의 투자뿐 아니라 기술 검증도 필요하다. 비전옥스도 유사한 방식인 ViP를 채택했지만 수율 문제 등 기술적 어려움이 크다. 그나마 정부 지원을 받아 이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LG디스플레이가 투자에 있어 보수적인 기조이기도 하지만, 정부 지원이 부족한 한국의 경우 조 단위의 생산 라인을 기술 검증 없이 투자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당장은 라인에 여유가 있으니 기술을 검증하는 용도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