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삼성전자가 최근 LG디스플레이로부터 백색 유기발광다이오드(W-OLED) 구매 규모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향후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액정표시장치(LCD) 기반의 퀀텀닷 발광다이오드(QLED) TV가 아닌 OLED TV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LCD 주요 생산 업체인 중국 기업과 TV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만큼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복안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로부터 W-OLED 구매를 늘리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해 초 OLED TV 라인업을 기존 4개 사이즈에서 42형부터 83형까지 6개 사이즈(42·48·55·65·77·83인치)로 확대했다. 이 중 55·65·77인치의 경우 지난해부터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생산하는 퀀텀닷(QD)-OLED와 LG디스플레이의 W-OLED을 병행해 사용해 왔다. 그러던 중 최근 W-OLED 구매 규모를 늘리는 계약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Mini-발광다이오드(LED)를 앞세워 TV 시장에서 공세를 펼치자 삼성전자가 이에 대응하기 위해 OLED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TCL 등 중국 TV 제조사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출하량 기준)은 31.2%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합산한 점유율인 28.4%를 넘어섰다. 이에 이 회사는 올해 OLED TV의 판매량 목표를 지난해(140만대)보다 높은 250만~300만대로 설정하기도 했다.
W-OLED 구매 규모를 늘리는 것도 OLED TV 생산량 확대를 위한 방안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OLED TV 라인업의 최상위 버전에 쓰이는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는 생산능력이 적고 비용이 비싸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 QD-OLED의 연간 생산능력은 200만 장이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대형 OLED 패널에서 오랜 시간 강점을 보여온 만큼 대량 생산 체계를 이미 갖춘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TV용 대형 OLED 패널의 연간 생산능력은 800만 장에 이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QD-OLED 생산 라인 증설 관련 투자를 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QD-OLED는 생산 비용이 다소 비싼 편이라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이에 부가가치가 높은 모니터 쪽에 QD-OLED 활용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로서도 손해 볼 것은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 회사는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연간 기준으로 2조원대 영업적자를 기록했지만 2024년에는 5606억원으로 적자 폭을 크게 줄였다. 올해 목표가 연간 흑자 전환인 만큼 생산 물량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의 대형 OLED 패널 공장 가동률은 50%에 불과한 상황이다.
앞선 관계자는 "프리미엄 TV 시장의 크기가 크게 늘지 않는 상황인 만큼 LG전자가 팔 수 있는 TV의 양도 정해져 있다"며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선 대형 패널을 더 공급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해 가동률이 절반에 불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앞으로 프리미엄 시장에서 퀀텀닷 발광다이오드(QLED) TV가 아닌 OLED TV에 힘을 실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QLED TV 834만대를 판매했는데, 이는 OLED TV 판매량인 144만대보다 6배 높은 규모다.
QLED는 액정디스플레이(LCD) 패널을 기반으로 퀀텀닷 필름을 입혀 색 재현율을 높인 제품이다. 국내 업체들이 수익성을 이유로 LCD 패널 생산에서 손을 뗀 만큼 중국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클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디스플레이 매입액으로 7조5825억원을 사용했는데 차이나스타(CSOT) 비중이 20%대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그동안 OLED TV보다는 QLED TV에 더 집중해 왔다. 그러나 LCD 패널을 주로 중국 기업에서 조달하는 만큼 결국 중국에만 유리한 구조가 된 셈"이라며 "이에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OLED TV에 힘을 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