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세 번째 기업공개(IPO)에 도전하는 케이뱅크가 주관사 선정 절차에 돌입하자 주요 증권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상장 후 예상 기업가치를 제시해야 하지만 현실적인 기업가치와 케이뱅크의 희망 기업가치 간 괴리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지난 수요예측 결과와 현재 장외 주식거래 플랫폼에서 거래되고 있는 가격 사이의 시총 격차만 1조원을 넘길 정도다. 이에 케이뱅크가 주관사를 선정한 이후에도 적정 기업가치 산정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이달 내로 주요 증권사에 발송한 제안서(RFP) 접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앞서 케이뱅크는 지난 19일 한국투자증권을 제외한 거의 모든 IPO 하우스에 RFP를 발송했고 접수가 진행 중이다. RFP 접수를 마무리하면 심의를 거쳐 숏리스트 선정, PT 진행 등 상세 일정을 확정할 전망이다.
케이뱅크가 상장에 도전하는 것은 2021년 9월 예비심사 통과 후 세 번째다. 첫 번째 공동대표주관사로 합류한 증권사는 NH투자증권,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JP모간 등이었다. 지난해 10월 두 번째 주관사단으로는 NH투자증권과 KB증권, 메릴린치인터내셔날엘엘씨증권을 공동대표주관사로, 인수자로 신한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이 선정된 바 있다.
그간의 IPO에서 고배를 마신 것은 시장에 형성된 고평가 논란 때문이었다. 처음 도전할 당시 케이뱅크는 기업가치를 7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상장을 추진했지만 거센 비판에 부딪히며 IPO를 미뤘다.
지난해 10월 두 번째 상장 도전에선 기업가치를 5조3000억원으로 평가하며 수요예측까지 진행했다.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희망공모가 밴드를 9500~1만2000원으로 설정하며 투자자를 끌어 모았지만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산출된 케이뱅크의 기업가치는 3조원 중후반대에 불과했다. 시장의 냉혹한 평가에 불복한 케이뱅크는 상장을 철회하며 재도전을 도모했다.
지난해 IPO에서의 기업가치 급락은 케이뱅크 상장 주관사에 도전하는 증권사들에도 고민거리다. 현실적인 기업가치를 제시하자니 주관사 선정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고, 이를 부풀려 책정하자니 IPO 완주 실패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현재 케이뱅크가 희망하는 기업가치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장외 주식거래 플랫폼 다수에서 케이뱅크 주식의 거래 현황을 살펴보면, 주당 6000원대의 금액에 거래가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시가총액으로 환산하면 2조원 초중반으로, 케이뱅크가 지난해 10월 진행한 수요예측 결과와 비교해 1조원 이상 차이가 난다.
증권업계는 케이뱅크가 이러한 시장의 평가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주관사 선정 절차에서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케이뱅크 경영진뿐만 아니라 투자금 회수를 기다리는 재무적 투자자(FI)의 눈높이를 조절하는 것이 이번 IPO에서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케이뱅크의 IPO와 관련해 투자금 회수가 절실한 FI의 입김이 강력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안다"며 "투자자의 기업가치 눈높이를 대폭 낮추지 않으면 이번 IPO도 완주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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