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재윤 기자] 오뚜기가 전략적 거점인 북미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미국법인에 대규모 자금을 출자한 데 이어 앞서 추진한 생산기지 확보와 조직개편을 바탕으로 현지 기반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외 매출 비중 확대가 그룹 차원의 중장기 과제로 설정된 가운데 북미시장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전략이 점차 구체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오뚜기는 이달 14일 미국 지주사인 '오뚜기 아메리카 홀딩스(OTOKI AMERICA HOLDINGS INC.)'에 총 565억원을 출자한다고 공시했다. 이는 과거 미국 자회사에 빌려준 353억원(2500만 달러)을 투자금으로 전환하고 212억원(1500만 달러)을 추가로 유상증자하는 방식이다. 전체 금액은 오뚜기 자기자본의 2.6%에 해당하며 출자 후에도 지분율은 100%로 유지된다.
이번 출자는 미국법인의 단순한 자본 확충을 넘어 현지 공략을 위한 전략적 투자로 해석된다. 세계라면협회(WINA)에 따르면 2024년 미국의 라면 소비량은 52억개에 달해 한국 라면 3사의 핵심 수출시장으로 자리잡고 있다. 오뚜기 역시 올해 1분기 미국시장에서 269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체 해외법인들 가운데 가장 큰 실적을 올렸다. 이는 전체 매출(9207억원)의 약 2.9%에 해당한다.
다만 오뚜기 미국법인의 연간 실적은 최근 몇 년간 다소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법인의 매출은 2020년 690억원에서 2021년 661억원으로 감소한 뒤 2022년 922억원, 2023년 1044억원으로 반등했다. 그러나 2024년에는 858억원으로 다시 소폭 줄며 실적 변동성이 지속되고 있다. 안정적인 매출 성장 기반 확보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는 셈이다.
오뚜기는 앞서 1981년 미국 지사를 설립해 비교적 이른 시기에 발을 들였다. 그러나 내수 중심의 사업 구조와 제한적인 해외 확장 전략으로 인해 글로벌 실적 면에서는 경쟁사들에 비해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농심과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 비중이 각각 37%, 80%에 달한 반면 오뚜기는 10%에 그쳤다.
이에 오뚜기는 최근 미국과 베트남을 전략적 거점으로 삼아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북미시장은 향후 중남미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로 삼고 있는 핵심거점이다. 오뚜기는 2005년 설립한 미국법인의 사명을 2019년에 '오뚜기 아메리카 홀딩스'로 변경하고 북미 내 7개 계열사를 거느리는 지주사 체제를 구축했다.
오뚜기는 나아가 미국시장에서 단순 수출 중심의 전략에서 벗어나기 위해 현지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생산·도매뿐 아니라 창고, 공장 등 물류 인프라까지 직접 구축하고 메인스트림 유통망 진입을 겨냥한 사업 기반 확장에 나선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기능별로 세분화된 총 8개 법인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들 법인은 식품 제조, 도매 유통, 부동산 임대 등 역할을 분담하며 북미사업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글로벌 전략 강화와 맞물려 조직재편과 오너일가의 경영 참여 역시 본격화됐다. 2023년 11월에는 함영준 회장의 사돈인 김경호 전 LG전자 부사장을 글로벌사업본부장으로 영입하며 해외 부문을 '본부' 체제로 격상시켰다. 앞서 같은 해 5월에는 장녀 함연지 씨와 사위 김재우 씨가 미국 법인 오뚜기 아메리카에 합류하며 북미 현지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현지 생산기반 구축 투자도 지속되고 있다. 오뚜기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미라다에 공장 부지를 확보하고 현재 미국 당국과 인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다.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한 이 공장에서는 라면뿐 아니라 소스, 간편식 등 다양한 제품을 현지 생산할 계획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2030년까지 해외 매출을 현재의 약 3배인 1조1000억원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을 중장기 목표로 설정했다"며 "미국법인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는 그 일환으로 단순 수출을 넘어 현지 생산과 유통, 브랜드 구축까지 아우르는 전방위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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