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국내 대표 국적선사인 HMM이 제21대 대통령 대선 국면에서 들러리를 서게 되는 모양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HMM 본사 이전 약속을 놓고 유력 대선주자들 간에 공방이 오가면서다. 특히 HMM 구성원들이 부산으로 본사를 옮기는 데 합의를 봤다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까지 흘러나오면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지난 14일 부산 유세 현장에서 HMM과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 카드를 꺼내들었다. 부산 지역민들의 염원인 산업은행 이전이 답보 상태에 빠지면서 HMM과 해수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날 이 후보는 "민간회사라 쉽지 않지만 정부 출자 지분이 있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2030년이면 북극항로(베링해협에서 북극해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항로)가 활성화되기 때문에 지금부터 (이전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HMM은 최대주주인 산업은행(36.02%)을 비롯해 한국해양진흥공사 35.67%, 국민연금 5.16% 등 정부 쪽 지분이 다수 포함돼 있다.
그러면서 "본사 이전의 가장 큰 장애 요인이 되는 회사 직원들이 동의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이 후보의 발언은 정치권과 산업계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이 후보와 대척점에 있는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측과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모두 HMM 본사 이전은 공수표에 불과하다며 저격에 나섰다.
박기녕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부대변인은 14일 논평을 내고 "HMM과 HMM 노조는 부산 이전에 대해 전달 받은 바 없고, 오히려 직원 모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입장"이라며 "허위사실 유포해도 법만 바꾸면 된다는 배짱으로 거짓말하시는 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이 후보는 자신의 SNS에 "(이 후보가)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팔기 시작했다"며 "HMM 이전을 가지고 부산 표심만 낼름 먹고 도망가려고 장난친다"고 비꼬았다.
산업계에서는 부산으로 본사를 이전하는 데 HMM 임직원들이 동의했다는 이 후보 발언의 진위에 주목했다. 먼저 HMM육상노조는 부산 본사 이전에 동의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정성철 HMM육상노조 위원장은 메일을 통해 "부산 이전에 협의한 바 없다"고 노조원들에게 알렸다. HMM육상노조에는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근무하는 900여명의 사무직 가운데 팀장 이상을 제외한 800여명이 가입돼 있다.
복수 노조인 HMM해원연합노조의 경우 민주당과 연관성이 있기는 하지만 본사 이전에 관해서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는다. HMM해원연합노조는 최근 민주당 선거대책위위원회 산하 북극항로개척추진위원회에 동참했다. HMM해원연합노조에는 부산에서 근무하는 700여명의 선원이 가입돼 있다.
일각에서는 이 후보가 사명을 오해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이 후보의 발언이 나온 당일 에이치라인해운(H라인해운)이라는 중견 선사 관계자와 손을 맞잡은 일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4일 이 후보는 부산진구 서면 일대에서 권기흥 에이치라인해운해상직원노조위원장과 해양수도 부산 협약서를 체결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에이치라인해운은 사모펀드(PE)인 한앤컴퍼니가 한앤코마린인프라스트럭쳐홀딩스를 통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벌크선사로 HMM과 무관한 곳이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HMM과 에이치라인해운의 사명이 엇비슷하다 보니 유세 현장에서 이를 혼동했을 가능성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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