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현대그린푸드가 사외이사에 '투자 전문가'를 선임한다. 공식적인 선임 배경은 기업가치 제고 차원이다. 실적 개선으로 곳간이 두둑해진 만큼 새로운 투자에 나서 인적분할 이후 작아진 자산 규모를 불리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일각에선 장기적으로 계열분리를 위한 선제적인 정지작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그린푸드는 내달 24일 경기 용인시 본사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이사 선임 건을 안건으로 다룬다. 이사회 7인 중 이번 정기주총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진은 사내이사 3인과 사외이사 3인이다. 이들 중 사내이사 3인과 사외이사 2인은 재선임하고 사외이사 한 명을 신규 선임할 계획이다.
눈에 띄는 건 신규로 선임될 사외이사 후보자가 김희석 A&C 아시아 대표이사라는 점이다. 김 후보자가 선임되면 사외이사 구성에 변화가 생긴다. 임기 만료로 물러나는 유원곤 사외이사의 경우 부산, 서울지방 시품의약품 안정청 청장을 지낸 식품안전 전문가지만 김희석 대표는 국민연금, NH농협금융지주,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등을 거친 투자 전문가다. 기존 재무·법조 전문가에 더해 투자 전문가가 사외이사로 새롭게 합류하게 되는 셈이다.
김 사외이사 후보는 해외투자와 대체투자 전문가로 2004년 국민연금 초대 대체투자팀장, 해외투자실장을 지내며 국민연금의 해외진출을 이끌었다. 이후 한화생명과 NH농협금융지주에서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역임하며 자산운용 분야를 총괄했고 하나대체운용에서 해외 투자 확대를 이끌며 운용자금 규모를 키웠다.
현대그린푸드 사외이사 후보자 직무수행 계획을 보면 김 대표에 대해 "국민연금공단, 한화생명, NH농협금융지주,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등에서 주요 임원을 지내며 기업여신과 기업금융, 해외투자 등을 두루 경험한 투자전문가"라고 소개했다. 이어 "당사의 주요 경영정책 결정과 새로운 사업 운영에 있어 적절한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기업가치를 제고하는데 기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현대그린푸드가 식품안전 전문가에서 투자 전문가로 사외이사를 교체한 배경으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본격적인 투자를 염두에 둔 인사로 해석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현재 실적 개선을 발판으로 유동성이 크게 좋아졌다. 실제 이 회사는 작년 주력인 단체급식사업 호조로 전년 대비 24.3% 증가한 2조2704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967억원으로 49.1% 늘었다. 이를 바탕으로 작년 3분기 기준 이 회사의 유동자산 역시 전년 동기(3785억원) 대비 17.6% 늘어난 4451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이익잉여금도 259억원에서 920억원으로 255.2% 늘었다.
재무안전성도 우수한 편이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현대그린푸드의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34.3%, 3.2%에 불과하다. 우수한 유동성과 재무 안전성으로 투자를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현대그린푸드는 과거 인적분할 과정에서 외형이 크게 줄어들었다. 분할 이후 투자부동산과 종속·관계기업투자주식 대부분을 존속법인인 현대지에프홀딩스에 넘겼기 때문이다. 실제 이 회사의 자산총계는 2022년 말 3조1851억원(자본총계 2조1959억원, 부채총계 9892억원)에서 2023년 9월 9332억원(자본총계 6951억원, 부채총계 2381억원)으로 감소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현대그린푸드가 투자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영입해 외형 확대를 위한 본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으로 점치고 있다. 특히 최근 국내 단체급식 수요가 위축되면서 해외 투자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회사의 해외급식사업 매출은 2023년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한 뒤 작년 1308억원을 달성했다.
한 시장 관계자는 "현대그린푸드도 아워홈처럼 해외 생산시설 투자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외 시설에 투자하면 해당시설이 거점이 돼 해외 투자사업 규모를 더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그린푸드의 기업가치 제고는 장기적으로 오너일가의 계열분리와도 무관치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당초 2개의 지주회사를 세우고 계열분리 초석을 다지려고 했지만 현대백화점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혀 인적분할 계획을 회수했다. 현재는 현대지에프홀딩스를 중심으로 단일 지주회사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아직 계열분리는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현대그린푸드의 기업가치가 오르면 향후 계열분리 작업이 다시 속도를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장 전망이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경영자는 아니지만 이사회 후보자인 만큼 기업가치 제고에 있어 조언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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