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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선구안…글로벌 완성차 2위 '바짝'
이세정 기자
2025.02.05 07:00:19
전세계 수요 둔화 속 판매목표 상향, 신흥시장 공략…폭스바겐 위기, 반등 기회로
이 기사는 2025년 02월 04일 07시 0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을 둘러싼 글로벌 경제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 2기 행정부가 강력한 보호무역 장벽을 쌓아 올리고 있고, 대내적으로는 고물가·고금리가 지속되며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있어서다. 완성차 시장 전반으로는 전기차 판매 부진 현상이 지속 되면서 산업 전반의 불확실성은 고조되는 실정이다. 현 상황을 '퍼펙트 스톰'(복합적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이라고 진단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겠다는 구상이다. 고객 뿐 아니라 주주와 시장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와의 신뢰를 쌓는 것도 중요하다. 이에 딜사이트는 현대차그룹의 위기 돌파 전략과 추후 과제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달 6일 열린 2025년 신년회에서 그룹 임직원들에게 새해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제공=현대차그룹)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현대차그룹이 3년 연속 글로벌 완성차 판매 3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지난해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경기 침체 장기화와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둔화) 등으로 전반적인 신차 수요가 부진했지만, 판매 감소폭을 최소화한 덕분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2위인 폭스바겐그룹을 빠르게 추격하는 동시에, 4위인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와의 격차를 벌렸다.


현대차그룹이 유독 두드러지는 성과를 거둔 배경에는 정의선 회장의 통찰력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정 회장은 부친인 정몽구 명예회장이 추진한 '품질 안정화'의 뒤를 이어 '품질 고급화'로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시켰을 뿐 아니라 '제 값 받기'로 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달성했다. 정 회장이 개발을 주도한 전기차(EV) 전용 플랫폼 'E-GMP'는 현대차그룹의 '퍼스트 무버' 전략을 실현하고 있다.


◆ 작년 글로벌 판매 723만1000대…'2위' 폭스바겐 격차 좁혀


4일 완성차 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총 723만1000대를 판매하며 일본 도요타그룹(1082만1000대), 독일 폭스바겐그룹(902만7000대)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현대차·기아의 판매량은 전년(730만5000대)보다 1% 하락했지만, 타 브랜드와 비교하면 매우 준수한 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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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도요타그룹의 경우 전년보다 3.7% 위축됐으며, 폭스바겐그룹은 2.3% 줄었다. 4위인 프랑스와 일본 합작사인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는 1.4% 축소된 630만9000대를 팔았으며, 5위인 유럽의 스텔란티스그룹은 무려 12.2% 급감한 541만5000대의 판매고를 올리는데 그쳤다. 현대차그룹과 폭스바겐그룹의 판매 격차는 종전(193만4000대)보다 약 14만대 가량 줄인 179만6000대로 집계됐다. 반면 현대차그룹과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판매 대수는 90만5000대에서 92만2000대로 더 벌어졌다.


글로벌 완성차 톱3 판매 추이. (그래픽=신규섭 기자)

글로벌 완성차 시장은 올해도 녹록지 않은 영업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저성장 기조와 EV 캐즘 등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서다. 현대차그룹 HMG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수요 전망치는 지난해(842만7000대)보다 1.9% 확대된 858만7000대에 머물 것으로 추정된다. 세부적으로 글로벌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과 중국은 각각 1.9%, 0.5% 증가하며, 국내 역시 소비심리 회복이 지연되면서 1.7% 성장할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올해 판매 목표치를 높여 잡으며 자신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현대차·기아가 올해 판매 목표로 각각 417만대, 321만6200대를 제시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414만1791대를 팔았고, 기아는 308만9457대의 판매 실적을 올렸다. 이와 비교하면 올해 목표는 전년 대비 각각 0.7%, 4.1% 높다. 양사 합산 기준으로는 2.1% 늘어난 숫자이며, 올해 글로벌 완성차 수요 전망치 상승폭을 소폭 상회한다.


◆ 패스트 팔로워→퍼스트 무버, 글로벌 3위로…이익률, '타의추종 불허'


현대차그룹은 2010년 글로벌 5위권의 완성차 기업으로 성장했고, 약 11년간 자리를 유지해 왔다. 여기에는 정 회장이 끈질기게 매달려온 브랜드 고급화가 한 몫 했다. 그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저가 차량을 출시해 단순히 양을 늘리는 것보다 현대차그룹에 대한 이미지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2015년 출범한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는 정 회장의 이 같은 경영 철학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품질 향상은 고객 만족으로 이어졌고, 자연스럽게 판매 증가로 이어졌다.


현대차그룹의 지향점이 '패스트 팔로워'(추격자)에서 '퍼스트 무버'(선구자)로 바뀐 시점은 정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된 2020년 10월 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정 회장은 수소와 EV 등 친환경차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기본 원칙으로는 '고객'을 내세우며 완벽한 품질과 안전으로 신뢰를 높여야 한다고도 했다. 그 결과 현대차그룹은 2022년 글로벌 완성차 판매 톱3를 당당히 차지했다.


아이오닉9. (제공=현대차)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대차·기아의 수익성이다. 2020년만 해도 5%를 밑 돌던 양 사 영업이익률은 정 회장이 총수에 오른 직후부터 급격히 상승했다. 실제로 2020년 말 기준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2.3%, 3.5%였다. 하지만 최근 4년(2021~2024년)간 이익률을 살펴보면, 현대차는 2.3%→5.7%→6.9%→9.3%→8.1%였으며, 기아는 7.3%→8.4%→11.6%→11.8%로 집계됐다. 물량 공세나 할인 프로모션 없이 품질로만 승부를 보겠다는 정 회장의 결심이 빛을 발한 결과다.


현대차그룹이 마진이 높은 고부가 차종의 판매를 확대한 점도 내실 강화에 기여했다. 현대차·기아는 2021년 E-GMP가 적용된 첫 양산차인 '아이오닉5'와 'EV6' 출시를 시작으로 EV 라인업을 구축 중이다. SUV와 제네시스 등을 각 권역별로 적기에 투입했을 뿐 아니라 하이브리드(HEV)로 EV 판매 감소분을 방어했다.


◆ 성장률 높은 인도·동남아·중동 공략 박차…폭스바겐 '삼중고'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2위 기업으로 올라서기 위해 인도와 동남아시아, 중동 등 신흥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국가들의 신차 수요 성장률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HMG경영연구원은 올해 인도 시장이 전년보다 4.2% 증가한 450만대를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동남아시아와 중동은 각각 2.5%, 2.9% 늘어난 316만대, 250만대가 팔릴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그룹은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한 인도 시장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먼저 현대차는 지난해 10월 외국계 완성차 업체로는 사상 두 번째로 인도 증시에 입성했는데, 조달 현금을 바탕으로 생산 투자와 EV 충전 인프라 확충 등에 나설 계획이다. 앞서 2023년 GM(제너럴모터스)로부터 인수한 인도 푸네 공장까지 올해 재가동하면 생산 능력은 대폭 증가하게 된다.


신차 출격도 잇따르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인도에서 전기 SUV '크레타 EV'를 공식 출시했다. 현대차가 1998년 첸나이 공장 가동 이후 처음으로 현지 생산하는 EV 모델이다. 기아는 인도 맞춤 전략 SUV인 '시로스' 생산에 돌입했다. 시로스 역시 현지 공장에서 생산된다. 아울러 현대차는 비포장도로가 많은 인도의 도로 사정을 고려해 삼륜차 EV 모델을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로스(제공=기아)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중동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여 왔다. 2023년 10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함께 현지에 반제품조립(CKD) 공장을 건설해 5억달러(7300억원) 이상을 공동 투자하기로 했다.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하는 해당 공장은 현대차그룹의 중동과 북아프리카 핵심 기지가 될 전망이다. 기아는 지난해 10월 사우디에서 열린 중동 최대 자동차 전시회인 '제다 모터쇼'에 참가, 브랜드 사상 첫 픽업트럭인 '타스만'을 월드 프리미어(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사막이 많은 지형 특성 상 픽업트럭 수요가 높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이 외에도 현대차는 2030년까지 인도네시아에 연간 15만대의 규모의 현지 생산 공장을 짓는데 15억5000만달러(2조3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한편 폭스바겐그룹의 경영 여건이 좋지 않다는 점은 현대차그룹이 격차를 더욱 좁힐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폭스바겐그룹 신차 판매의 30%를 담당하는 중국 시장은 올해 부진할 것으로 예견된다. 여기에 더해 신차의 40% 이상을 캐나다·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하는 만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25% 관세 부과 결정에 따른 부담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공장 폐쇄와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예고된 상황에서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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