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대한항공이 자회사로 편입된 아시아나항공과 계열사 수뇌부를 한꺼번에 교체한다.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의 경우 항공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여객영업 전문가를 전면에 배치한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각 계열사 주요 경영진으로 기용되는 인물들이 회사마다 부여된 과제를 수행하는데 최적화된 능력을 갖췄다는 점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인력 재배치와 비용 절감에, 에어부산와 아시아나IDT는 재무 강화에 각각 초점을 맞췄다.
◆ 아시아나 신임 대표 송보영, 중복노선 해결 동시에 '본업' 수익 강화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이달 16일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사내이사 3인의 선임안을 다룰 계획이다. 후보로는 ▲송보영 대한항공 여객사업본부장 전무 ▲강두석 대한항공 인력관리본부장 전무 ▲조성배 대한항공 자재 및 시설 부문 총괄 전무가 이름을 올렸다. 아시아나항공의 임시 주총은 모기업인 대한항공이 주도한 것으로, 한진그룹 일원으로서 소속감과 통일감을 부여하기 위함이다.
통합 아시아나항공 초대 대표이사로 내정된 송 전무는 동남아지역본부와 여객노선영업부, 미주지역본부 등 주요 보직만 거친 여객노선 전문가로 평가 받는다. 일찍부터 대한항공의 여객사업본부장과 미주지역본부장이 이른바 '임원 승진의 지름길'로 꼽혀 왔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실제로 여객과 노선 기획, 영업, 마케팅, 세일즈, 서비스 등을 총괄하는 조직인 여객사업본부는 항공사 수익을 책임진다. 미주지역의 경우 대한항공 여객노선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인 데다, 조인트벤처(JV)를 맺은 델타항공과 세계 최대 항공기 제조사인 보잉의 본사가 위치해 있다. 항공업계의 JV는 '결혼' '혈맹'으로 불리는 만큼 인적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송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는 아시아나항공의 본업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중복 국제노선 68개의 운영 방안이 시급하다. 또 국내 공정거래위원회가 양사의 독과점 우려 노선에 대해 운임 인상 제한 조건을 내건 만큼 합리적인 가격 정책 수립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 'HR(인적자원) 전문' 강두석, 중복인력 분산…'구매' 조성배, 리스 재검토
아시아나항공 사내이사로 예정된 강두석 전무와 조성배 전무 역시 국적사 통합 과정에서 중책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강 전무는 여객기획부 담당과 인사전략실장, 인재개발실장을 거처 인력관리본부장을 역임 중이다. 그는 송 내정자가 제시한 신규 노선 운영 전략에 맞춰 중첩 인력의 효율적인 재배치를 맡을 것으로 파악된다.
조직문화 일체화도 주도하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은 보수적인 승진 문화 탓에 인사 적체 현상이 두드러지는 데다, 대한항공과의 임금 격차가 꽤 벌어지고 있다. 대한항공이 약 2년간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운영하지만, 결과적으로 한 회사가 되는 만큼 처우와 복지 등을 통일할 필요성이 크다는 시각이다.
구매 전문가인 조 전무는 비용 절감이라는 특명을 부여 받는다. 조 전무는 대한항공 자재부와 전세사업부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는데, 자재부는 ▲항공기 ▲항공기 부품 ▲항공유 ▲내자(국내구매) ▲외자(해외구매) 등을 담당하는 부서다. 항공사 운영과 관련된 모든 자재에 대한 투자 규모와 시기를 결정하는데, 어느 시점에 얼마 만큼의 자재를 구매하는 지에 따라 수익이 달라진다. 조 전무가 아시아나항공과 계열사의 구매 계약 등을 원점에서 살펴볼 것이라는 의견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을 모회사로 두면서 신용등급 상향과 이자 하락 등의 기대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에 조 전무는 리스 부담이 높은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 운용책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크다. 앞서 우기홍 대표이사도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신용도 때문에 임차(운용리스) 비중이 높고 임차료 부담이 크다"며 "이를 구매로 돌리는 등 통합 항공사의 신용도를 토대로 비용 절감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언급했다.
◆ 에어부산, 고수익 스케줄 운영·재무리스크 최소화…조원태 "환골탈태해야"
아시아나항공 계열 상장사인 에어부산과 아시아나IDT도 같은 날 임시 주총을 열고 이사진 교체를 단행한다.
에어부산 역시 신임 대표이사에 여객 전문가인 정병섭 대한항공 상무를 내정했다. 정 상무는 워싱턴지점장과 미동부지점장, 스케줄운영부 등에서 일했다. 정 신임 대표이사의 발탁 배경은 아시아나항공과 마찬가지로 본업 경쟁력 강화로 해석된다. 특히 정 내정자의 경우 비행 스케줄을 관리하는 부서에서 근무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LCC는 중단거리 노선을 최대한 자주 오갈수록 수익이 극대화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정 내정자의 이력이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풀이된다. 진에어와 에어서울 등 한진그룹 타 LCC와의 중복 노선을 조율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다른 에어부산 사내이사 후보로는 송명익 대한항공 기업결합TF(태스크포스) 총괄팀장 상무와 서상훈 재무컨트롤러 담당 상무가 이름을 올렸다. 송 상무의 경우 항공권 가격을 책정하고 판매 수익을 관리하는 프라이싱&RM부 출신이며, 서 상무는 재무본부에서만 근무해 왔다. 두 사람의 에어부산 합류는 수익성 중심의 재무 전략을 전개하고, 재무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아시아나IDT는 사내이사 후보로 최현수 대한항공 IR팀장의 선임안을 상정했는데, 이 회사 신임 대표이사를 맡을 가능성이 높다. 최 팀장은 대한항공 자금전략실과 재무지원부에서 경력을 쌓았다. 일각에서는 최 팀장이 추후 비상장사인 한진정보통신과 상장사인 아시아나IDT의 통합을 이끌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한편 조 회장은 이날 발표한 2025년 신년사에서 통합 항공사 출범에 대해 환골탈태 수준의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우리는 통합 항공사의 출범을 위한 본격적인 여정에 나서게 된다"며 "조직, 시스템, 업무 관행까지 한 몸이 돼야 하는 통합은 지금까지 달려온 과정과는 또 다른 단계"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통합 항공사 출범을 위한 당면 과제를 수행하며 백년기업으로의 기반을 다지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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