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령 기자]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2025년 실적이 해킹 사태라는 대형 악재 속에서도 합산 영업이익이 4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해킹에 따른 보상 비용과 가입자 이동, 일회성 이익 반영 여부에 따라 각 사의 체감 실적은 뚜렷하게 엇갈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가는 해킹 충격이 숫자상으로는 상당 부분 반영된 가운데 2026년을 기점으로 비용 구조 정상화와 AI·AX 사업의 수익화 여부가 이통 3사의 실적 방향성을 가를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지난해 합산 매출은 60조9148억원, 영업이익은 4조3830억원으로 예상됐다. 전년 대비 매출은 3%, 영업이익은 28% 늘어난 수준이다. 이통 3사의 연간 영업이익 합계가 4조원을 상회한 것은 2023년 이후 2년 만이다. 해킹 사태로 잇단 비용 부담이 발생했던 점을 감안하면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비교적 방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부적으로 SK텔레콤의 2025년 매출은 17조1524억원, 영업이익은 1조568억원으로 추정된다. 전년 대비 매출은 4.39%, 영업이익은 42.04%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발생한 대규모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위약금 면제와 요금 감면, 각종 보상 프로그램이 이어지며 가입자 이탈과 비용 부담이 동시에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SK텔레콤의 단기 실적 부진이 불가피했다는 데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중장기 관점에서는 AI 사업이 기업가치 재평가의 핵심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정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AI 키워드는 통신사의 기업가치 상향 요인이 될 수 있다"며 "AI 투자에 따른 지분가치 재평가뿐 아니라 향후 실적 기여도 확대와 멀티플 리레이팅도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SK텔레콤의 2025년 AI 관련 매출을 7402억원으로 추정하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5%대에 불과하지만 2030년 누적 AI 투자 5조원과 매출 목표 5조원을 향한 실행이 본격화되는 2026년은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KT는 2025년 매출 28조2442억원, 영업이익 2조4247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6.86%, 199.5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통신과 인공지능 전환(AX) 등 핵심 사업 성장에 더해 강북본부 부지 개발에 따른 일회성 부동산 분양 이익이 실적을 크게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해킹 사고에 따른 보상 비용이 아직 실적에 본격 반영되지 않아 올해 상반기까지는 비용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이어진다.
이승웅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KT는 2025년 부동산 일회성 이익에 따른 역기저 효과가 존재하지만 대전 인재개발원 개발사업과 이스트폴 운영 매출 등 약 4000억원 규모의 신규 수익이 실적 하방을 지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약금 면제에 따른 가입자 이탈과 요금제 하향 영향은 존재하지만 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그는 "2026년은 AX 사업이 본격적으로 매출에 기여하는 해로 한국어 특화 모델과 글로벌 빅테크 협업 상품, GPUaaS, 시큐어 퍼블릭 클라우드 등이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LG유플러스는 2025년 매출 15조5182억원, 영업이익 9015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6.11%, 4.46%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경쟁사 해킹 여파 속에서 가입자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흡수했고 B2B와 데이터센터 등 신사업이 실적 방어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다만 해킹 관련 조사와 후속 이슈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LG유플러스에 대해서는 2026년 실적 개선 기대가 가장 뚜렷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LG유플러스의 2026년 영업이익은 1조1000억원으로 전망한다"며 "감가상각비와 인건비 등 비용 효율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B2B 매출 증가가 실적 개선의 핵심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5G 투자가 일단락되며 감가상각비 감소 효과가 나타나는 반면, 데이터센터는 감가상각 연한이 길어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지난해 3분기 희망퇴직에 따른 인건비 절감과 함께 고집적 데이터센터인 평촌2센터의 가동률 상승, 데이터센터 설계·구축·운영(DBO) 매출 본격화가 실적 구조 변화를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가는 통신서비스 업종 전반이 2025년 4분기를 분기 이익의 저점으로 통과하고 2026년부터는 본격적인 실적 정상화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킹 관련 비용이 상당 부분 선반영된 만큼 향후 이통 3사의 주가와 기업가치는 AI·AX·데이터센터 등 신사업이 실제 현금창출력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2026년은 배당 정상화와 신사업 수익화가 동시에 시험대에 오르는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실적 정상화와 함께 주주환원 정책의 가시성도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해킹 관련 비용과 일회성 변수로 조정됐던 배당 여력이 2026년부터는 다시 실적과 연동되는 구조로 복원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한 배당 정상화 여부가 주가 회복의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유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통신서비스 섹터는 영업비용의 약 60~70%를 차지하는 마케팅비, 감가상각비, 인건비가 하향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며 구조적인 비용 효율화가 시작되고 있다"며 "마케팅 비용 역시 점진적인 안정화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KT의 단기적인 가입자 이탈이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의 연간 마케팅비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고, 5G SA 도입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중심으로 진행돼 추가적인 투자 부담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건비와 마케팅비 등 주요 비용 항목에서 추가 확대 요인이 제한적인 가운데, 지난 3년간 투자해 온 AI 사업의 수익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원년이 될 것"이라며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한 포트폴리오 최적화 역시 수익성 개선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정찬 연구원도 "통신서비스 업종은 정보보안 이슈가 상수로 인식되면서 주가 민감도는 낮아졌지만 실적 인식 시차로 인해 해킹 여파는 4분기에도 이어질 것"이라며 "KT는 침해사고 수습 비용, SK텔레콤은 멤버십 및 조직 개편 비용, LG유플러스는 일회성 인건비 증가로 3사 모두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하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이제는 우려보다 정상화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시점"이라며 "정보보안 사고 수습과 실적 정상화 과정에서 멀티플 회복도 동반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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