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한일시멘트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에서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양상이다. 30년 넘게 한일시멘트그룹에 몸담은 '한일맨'이자 '안전통'인 오해근 전무를 기존 전근식 대표와 함께 투톱으로 내세우면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일시멘트는 최근 오해근 CSO(최고안전책임자)를 각자 대표로 선임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오 대표는 직책과 더불어 직위도 기존 상무에서 전무로 한 단계 승격됐다. 임기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사내이사 임기인 2026년 3월까지 단독 대표를 맡아온 전근식 대표와 함께 회사를 이끌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오 대표는 한일시멘트의 자회사(77.78%)인 한일현대시멘트의 대표도 겸하게 된다. 한일현대시멘트는 지난 2017년 피인수된 현대시멘트를 전신으로 한다. 당시 한일시멘트는 한일현대시멘트를 인수한 뒤 합병을 단행하지 않고, 각사가 가진 노하우를 공유하는 모자(母子) 구조를 유지했다. 사업영역이 동일한 만큼 최고경영자도 한일시멘트 대표가 겸직해 오고 있다. 한일시멘트와 마찬가지로 전근식‧오해근 각자 대표 체제가 구축된 것이다.
한일시멘트가 각자 대표로 전환한 것은 지난 2020년 이후 4년여 만이다. 한일시멘트는 2019년 사내 경영본부장을 지낸 전근식 대표를 새 사령탑으로 발탁한 뒤, 이듬해 오너 3세인 허기수 부회장에게도 키를 쥐어줬다. 하지만 허 부회장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사내이사로만 남게 되면서 2022년부터 전 대표 1인 체제가 이어졌다.

한일시멘트가 2명의 경영전문인을 내세운 것은 산업재해 예방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번에 새롭게 발탁된 오 대표가 기술 및 안전 분야의 전문가라는 점에서다.
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오 대표는 1992년 한일시멘트에 입사한 뒤 인천공장장, 여주공장장 등 현장 책임자로 일했다. 또한 한일시멘트와 한일현대시멘트의 기술연구소장도 역임했다. 이후 한일시멘트와 한일현대시멘트의 CSO로서 두 회사의 안전보건 업무를 총괄해 왔다. 안전 담당 임원을 대표급으로 격상시켜 관련 시스템을 재정비하도록 하고, 사내 전반에 안전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이다.
산업재해 예방이 시멘트 업계의 선결 과제로 지목되고 있다는 점이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싣는다. 지난 2022년 사망 등 중대한 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경영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을 골자로 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지만, 산업 현장의 인명 사고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지난 9월 고용노동부가 3대 업종(시멘트‧조선‧폐기물처리)에 대해 안전관리 집중 점검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오너일가인 허기수 부회장을 제외하면 5년째 지속되고 있는 전근식 대표 체제에서 각자 대표는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라며 "50인 미만 사업장 등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적용되고 있는 만큼 안전담당자의 책임성을 강화해 사고 원인을 사전에 제거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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