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천마표 시멘트'로 유명한 성산양회를 이끌고 있는 김태현 회장이 10년째 미등기임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책임 경영 강화 차원에서 김 회장의 이사회 복귀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올해도 불발에 그쳤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성신양회는 지난달 말 제59기 주주총회를 열고 진종은 전 대신에프앤아이 대표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해당 안건이 통과되면서 성신양회 이사회는 기존 5인 체제를 유지하게 됐다. 사내이사 멤버로는 한인호 사장과 하태수 부사장이 활동 중이며 3명(진종은·원길환·윤휘)의 외부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두고 있다.
이로써 김영준 명예회장 두 아들(김태현·김석현)의 이사회 입성은 훗날을 기약하게 됐다. 오너3세인 김태현 회장은 올해도 미등기임원을 유지한다. 김 회장의 동생인 김석현 사장 역시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에서 제외된다.
일각에서는 이들 형제가 오너가(家)로서 올해 이사회에 진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애당초 주총 의안으로 다뤄지지 않으면서 불발에 그치게 됐다. 미등기임원은 경영에 관여하면서도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책임 경영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김 회장이 미등기임원 신분을 유지한 기간은 10여 년에 이른다. 2015년 3월 대표이사 타이틀을 반납함과 동시에 등기임원직을 내려놓은 뒤 오늘에 이르고 있다. 특히 눈여겨 볼 대목은 김 회장이 경영을 총괄하는 사장으로 직급하면서 등기임원에서 물러났다는 점이다. 김 회장은 사장으로 진급하기 전 임원으로 활동했을 때만 해도 이사회에 참여해 주요 의사결정에 표결을 행사했다.

실제 2005년 기획상무로 첫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린 뒤 2006년 기획전무를 거쳐 2007년 부사장, 2013년 수석부사장으로 이어진 8년 동안 이사회에 몸담았다. 같은 해 12월 사장으로 승진하며 대표이사 직책을 부여받을 때까지만 해도 등기임원직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로부터 1년3개월이 지난 2015년 3월 대표이사직을 내려놓는 것을 계기로 이사회에서도 탈퇴했다. 비록 이사회 멤버에서는 빠졌지만 김 회장은 승진을 거듭하며 성신양회 경영 총괄자로서 입지를 굳혀나갔다. 2018년 12월 부회장에 오른 데 이어 2021년 12월 회장 자리에 앉으며 사실상 승계 마침표를 찍었다.
지분율로 봐도 일찍이 최대주주에 안착해 지배권을 다졌다. 김 회장은 2016년 3월 기보유 중인 제171회차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워런트를 활용해 성신양회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해당 BW는 2013년 8월 성신양회가 교보증권을 대상으로 200억원 규모로 발행됐다. 이와 동시에 교보증권은 BW의 워런트(신주인수권표시증서) 중 150억원 어치를 김 회장(100억원)과 허필래 씨(50억원)에게 매각했다. BW 행사가액이 5210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287만9077주의 신주를 확보할 수 있는 물량이다.
이로부터 1년 뒤인 2014년 8월 김 회장은 허 씨가 보유 중인 워런트를 매입해 잠재 보유주식 287만9077주를 확보했다. 2016년 3월에는 이 가운데 47만9846주에 대한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지분율을 기존 10.27%(254만4444주)에서 11.98%(302만4290주)로 늘리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와는 반대로 발행주식수가 늘면서 기존 최대주주인 김영준 명예회장의 지분율은 11.27%에서 11.05%에서 하락했다.
미등기임원 신분을 고수하고 있는 김 회장의 행보는 부친인 김영준 명예회장과 대비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명예회장의 경우 공시를 통해 확인 가능한 2000년부터 회장직에서 물러난 2021년 7월까지 등기임원으로 활동했다.
성신양회 관계자는 "(오너 일가가)미등기임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배경에 대해 특별한 언급할 만한 부분은 없다"며 "언제 이사회에 재입성할지 여부에 관해서도 현재 시점에서는 검토되고 있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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