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강원도 삼척시의 젖줄인 오십천(五十川)을 바라보고, 뒤로는 봉황산 능선을 배경으로 두고 있는 삼표시멘트 삼척공장은 국내 시멘트 산업의 산실이나 다름없다. 지난 1942년 국내 1호 시멘트 공장으로 들어선 이래 8차례의 증설을 거쳐 연간 9700t에 달하는 포틀랜드 시멘트(일반시멘트)를 제조하는 생산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80년이 넘는 세월을 거치면서 삼척공장이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분야가 환경이다. 공기와 수질 등 삼척시 지역주민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만큼 오염물질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지난 23일 삼척공장에서 만난 조희석 삼표시멘트 공정개선팀장은 "킬른(KILN) 과정에서 발생한 열을 제너레이터 발전기 쪽으로 이동시켜 전기를 생산해 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폐열 재활용이 이뤄지면서 공장 굴뚝에서는 법적 규제인 20㎎를 크게 하회하는 5㎎ 정도의 먼지가 배출된다"고 말했다.
소성공정으로 일컬어지는 킬른은 시멘트 제조공정의 하이라이트에 해당하는 구간으로 시멘트 반제품인 '클링커' 추출이 이뤄진다. 클링커에 석고 등을 첨가해 분말로 분쇄하면 완제품인 시멘트가 완성된다.
킬른은 크게 3단계(예열‧소성‧냉각)로 나뉘는데, 먼저 쌍둥이 빌딩처럼 나란히 배치된 120m 높이의 예열기(Preheater) 안에서 850℃까지 원료가 달궈진다. 원료는 공장에서 7㎞ 떨어진 광산에서 채광된 석회석에 실리카, 알루미나, 산화철 등을 배합해 만들어진다.
예열을 마친 원료는 2000℃의 용암이 펄펄 끓는 소성로로 옮겨진다. 원통형의 소성로가 회전하는 광경을 상당히 떨어진 거리에서 바라봤음에도 열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화학반응을 통해 추출된 클링커는 1450℃인 상태에서 킬른의 마지막 단계인 냉각시설로 보내지는데, 이 과정에서 발행한 폐열은 전기를 생산하는 에너지원으로 재활용된다.
폐열 재활용과 더불어 친환경 설비인 SCR(선택적 환원촉매) 구축도 예정돼 있다. SCR은 시멘트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NOx), 휘발성유기화합물질(VOCs) 등의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설비다. 삼표시멘트는 350억~400억원 가량을 투자해 2026년에 SCR 1기를 설치하고, 2027년에 추가로 1기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SCR은 설치 된 후에도 연간 50억원의 운영비가 들어간다. 삼표시멘트 순이익(340억원)의 15%를 친환경 비용으로 추가 지출하는 셈이다.
조 팀장은 "SCR이 들어서면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지금보다 70~80% 가량 감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이외에도 광산 주변에 비포장 상태로 남아있는 구간을 정비해 도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산먼지 발생을 저감시키는 사업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킬른 공정은 첨단 시설을 갖춘 중앙제어실(CCR)에서 면밀히 운영, 통제된다. 예열기와 소성로 내부에서 열이 제대로 발산되고 있는지와 더불어 분진과 질소산화물 등 오염 물질에 대한 관제도 이곳에서 이뤄진다. 또 시설 내부에 이상 징후가 생기면 자동으로 신호가 울려 근무자에게 이를 알린다.
클링커에 석고 등을 첨가해 완성된 시멘트는 출하를 위해 삼척항으로 옮겨진다. 삼척공장에서 이어진 밀폐된 관을 타고 인근의 삼척항에 정박된 전용선에 실린다. 과거에는 철도가 시멘트 운송의 주요 수단이었지만 현재는 그 자리를 선박이 대체한 상태다. 이를 통해 분진 발생과 물류비를 낮추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봤다. 삼표시멘트는 자회사(100%)인 삼표해운을 통해 7000~1만t급 시멘트 전용선 13척을 보유하고 있다.
배동환 삼표시멘트 대표는 "에너지 효율을 위한 첨단 기술과 혁신적인 공정 도입 등에 힘입어 지난해 한국ESG평가원에서 실시한 평가에서 국내 시멘트 업계에서 가장 높은 'A등급'을 획득했다"며 "이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도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바탕으로 업계를 선도하는 친환경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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