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지혜 기자] 금융권에서 일명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불리는 책무구조도의 제출이 이뤄지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과 금융지주사들은 금융감독원의 지침에 따라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했다. 이번 책무구조도의 도입은 금융권의 책임 경영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으로 평가되고 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고 발생 시 경영진의 책임을 명확히 묻기 위한 장치다. 현재로선 횡령 등 금융사고가 터져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경영진이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있는 여지가 됐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임원에게 특정 책무를 배정하고, 내부통제 실패 시 책임을 부여함으로써 내부 사고를 근본적으로 줄이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최고경영자(CEO) 또한 금융사고의 심각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어 산업계의 중대재해처벌법과 유사한 특성이 있다.
다만 책무구조도의 도입이 금융사고의 만능 해결책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이 제도가 사후 조치에만 머물지 않고, 사전 예방 효과를 가져올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그동안 금융권에서는 내부통제 실패 사례가 빈번했지만, 대부분 문제가 드러난 뒤에야 조치가 이뤄졌다. 이러한 구조에선 실질적인 사고 예방이 이뤄질 수 없고, 책무구조도가 처벌 중심의 제도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각 금융사와 은행권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이 필수적이다. 위험 요인을 사전에 철저히 점검하고, 내부통제 시스템이 단순히 형식적인 절차로 끝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아울러, 제도 시행 초기부터 금융당국과 은행 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모호한 규정이나 과도한 처벌로 인해 금융권의 혁신을 저해하거나 책임 전가의 수단이 되는 일도 없도록 해야 한다.
이미 산업계에서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을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처벌 강화에만 초점을 맞춘 결과, 산업 재해 예방 효과는 기대에 못 미쳤고, 일부 현장에서는 과도한 부담을 호소하기도 했다. 금융권 역시 같은 길을 걸어서는 안된다. 책무구조도가 단순히 '책임을 묻는 제도'가 아니라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시스템으로 정착하려면 금융권 내부의 책임의식과 혁신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책무구조도 시행은 금융권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새로운 출발점이다. 은행권의 사고 누적 금액이 연간 수천억원에 달하는 현실 속에서 이번 제도가 청렴과 공정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금융권의 본래 모습을 되찾는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