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은 기자] "아파트~ 아파트~ 채영이가 좋아하는 (랜덤게임) 아파트~ 아파트~"

블랙핑크 로제가 낸 솔로곡 APT(아파트)가 전국적으로 신드롬을 일으켰다. 길거리를 지나가면 이곳저곳에서 이 노래가 들려오고 너도나도 도입부를 흥얼거린다. 한국은행 총재까지 아파트 노래 열광에 "아파트값이 더 오르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였다.

아파트 전성시대인 대한민국을 제대로 저격하는 노래다. 이 노래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한국의 아파트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한다. 인구밀도가 높고 땅이 좁은 우리나라의 특성 상 아파트가 다른 나라에 비해 발달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어쩌면 대한민국은 아파트 공화국이 될 운명이었다.

아파트, 분명 로제만 좋아하는 게 아닐 터다. 우리 모두 아파트를 좋아한다. 다만 아파트라고 해서 다 똑같은 아파트가 아니다. 로제도 우리처럼 '대형 건설사가 짓는 강남4구 한강뷰 신축 아파트'를 선호하지 않을까. 여기에 역세권에 위치해 교통이 편리하고 편의시설과 피트니스 등 커뮤니티를 두루 갖추기까지 하면 금상첨화다.

이제는 더 이상 아파트를 주거공간으로만 정의 내릴 수 없다. 아파트는 곧 상품이고 재테크다. 심지어 아파트는 자산 규모를 가늠하는 척도이기도 하다. 아파트는 수도권과 지방, 역세권과 비역세권, 신축과 구축 등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이 사람의 아파트를 알면, 곧 자산 규모를 금방 파악할 수 있다는 잔인한 이야기다. 부동산 양극화가 이미 너무 심해진 탓이다.

올해 정부 대출 규제 확대 이후 대부분 지역에서 집값이 떨어졌지만 서울의 일부 지역은 계속 신고가를 갱신했다. 앞으로도 계속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을 부르게 될 모양새다. 이제는 학벌에 이어 부동산도 서열화해 이름 붙여진 지 오래다. 참 씁쓸한 마음뿐이다.

부동산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내년부터는 아파트 공급 절벽 현상이 예고됐다. 주택 공급 물량이 수요를 맞추지 못하면 아파트 상승세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강남4구, 마용성 등 서울 선호지역에서 아파트값 상승세가 더 뚜렷하게 나타날 전망이다. 아파트 물량은 한정적이지만 해당 지역을 향한 수요는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어서다.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는 건설사들의 주택 공급 확대가 필요하지만, 쉽지 않다. 국내 건설업계는 올 한해 경영실적이 악화일로를 걸었다. 원자재값‧인건비 상승으로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는 데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에 대한 우려로 섣불리 주택사업 확대에 나서지 못했다. 올해 상반기까지도 10대 건설사 중 두 곳은 신규 수주실적이 없을 정도였다. 지방 건설사들은 줄줄이 폐업 위기를 맞고 있고, 중견건설사는 적자에 신음하고 있다.

건설업의 겨울을 그저 한 산업군의 침체라고 치부해서는 안 된다.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되면 주택 공급에도 차질이 생기고 부동산 양극화가 심화한다. 결국 대한민국 사람 모두가 꽁꽁 얼어붙은 부동산시장 추위에 고통받게 된다. 단연 건설업은 민생과 경제에 가장 밀접한 산업군이다. 건설업이 살아야 주택공급도 활성화될 수 있다. 아파트 노래를 주거 걱정없이 부를 수 있는 날을 고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