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본론을 전개하기에 앞서 모두투어에 심심한 사과를 표한다. 개인적으로 '빅(Big)4 여행사' 중 2024년 주주배당 계획을 발표한 첫번째 주자가 모두투어라는 점에서다. 이러한 반전의 밑바탕에는 모두투어가 '만년 2등'이라는 편견이 깔려있다. 모두투어는 그동안 1위인 하나투어와 상당한 매출 격차로 2위 자리를 유지해왔다.
모두투어가 올해 배당을 건너뛸 명분은 충분했다. 지난 7월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가 터져 나오면서 경영실적이 고꾸라지는 어려움을 겪은 탓이다. 실제 올해 3분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26억원을 거뒀는데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약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배당규모를 줄이지 않은 점도 눈에 띈다. 2024 회계연도 주당 배당금은 지난해와 동일하게 250원으로 책정됐다. 자기주식을 제외하면 배당총액은 약 43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모두투어가 코로나19 경영위기를 계기로 긴축 기조를 이어온 덕분에 곳간 사정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올 한 해 모두투어에 악재가 겹겹이 몰려들었던 만큼 주주환원이 후순위로 밀렸어도 놀랍지 않았을 듯하다. 모두투어는 얼마 전 티메프 사태에 회원 개인정보 유출 논란까지 연거푸 불거지자 책임 경영 의지를 담은 대책을 내놨다. 오는 12월까지 3개월간 모두투어 경영자 급여 30%를 삭감해 지급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배당 계획을 내놓기 전 모두투어 임직원들은 주가 부양 차원에서 릴레이로 자사주를 매입하기도 했다. 지난 7~8월 우준열 부사장 등 모두투어 임원 8명은 회사 주식 총 8839주를 매입했다. 이후 유인태 사장과 우 부사장, 이철용 본부장이 9640주를 추가로 더 사들였다.
조금 깊이 들어가보면 모두투어처럼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나 승계 문제가 얽힌 기업은 '주가 부양'을 두고 딜레마에 빠지기 쉽다. 오너일가 입장에서 후대에 지분을 승계하려면 주가는 눌러져아 유리하다. 모두투어는 우종웅 회장 장남인 '오너 2세' 우준열 부사장과 차남 우준상 크루즈인터내셔널 대표이사의 경영 승계를 과제로 안고 있다.
이런저런 내우외환에도 모두투어가 주가 살리기를 택한 배경에는 업계 1등 하나투어와 여행산업 대표주자로서 제 몫을 해내겠다는 의지가 깔려있을 터다. 한 때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여행주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이후 시들해진 분위기다. 모두투어만 해도 5년 전 2만원을 넘어섰던 주가가 반토막 나 있는 상황이다.
여행업계 1·2등은 지난해 코로나19 경영위기로 중단했던 배당을 4년 만에 나란히 재개하며 옛 명성 회복에 앞장서기도 했다. 여행업계 양대산맥은 올해도 배당에 나서며 여행주 투자 매력을 높이는 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 모두투어는 배당 계획을 일찌감치 확정 지었고 하나투어는 지난해 말 '2023~2025년 배당 정책' 발표를 통해 연간 배당을 예고했다.
반전은 때때로 침체된 분위기를 전환시켜줄 힘이 되기도 한다. 만년 2등 모두투어처럼 여행업계 3등과 4등도 주가 부양에 앞장서며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반전을 선사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특히 3등 노랑풍선과 4등 참좋은여행의 주주배당은 5년째 멈춰있다. 주주 친화 경영이 확산할수록 여행산업 부흥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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