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금융투자협회가 증권‧자산운용‧선물‧부동산신탁을 아우르는 금융투자사를 위한 책무구조도 표준 예시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신한투자증권 사태'로 금융투자사 대상의 책무구조도 기준이 더욱 엄격해질 가능성이 커진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는 금융투자 업권별로 책무구조도 표준 예시안을 만들어 연말쯤 공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앤장법률사무소와 삼정KPMG가 용역을 맡았고 금융투자협회와 함께 TF를 꾸려 관련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책무구조도는 현행 지배구조법에 따라 금융사 임원에게 내부통제 관리조치 의무를 부여하고 이사회의 내부통제 역할도 구체화해 명시하는 제도다. 금융사 임원의 내부통제 책임 영역을 미리 지정해 금융사고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에 따라 금융사는 앞으로 금융감독원에 책무구조도를 의무적으로 내야 한다. 제출 기한은 업권별로 다르다. 예컨대 금융지주사와 은행은 2025년 1월 2일이다. 이달 31일까지 책무구조도를 조기 제출한 금융사는 12월 한 달 동안 책무구조도 시범운영에 참여할 수 있다.
금융투자사의 경우 책무구조도 제출 기한이 금융지주사‧은행보다는 다소 늦은 편이다. 전체 자산 5조원‧운용자산(AUM) 20조원 이상인 기업은 2025년 7월, 앞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기업은 2026년 7월이다.
그러나 신한투자증권에서 ETF(상장지수펀드) 선물매매 금융사고가 터지면서 금융투자사도 책무구조도 도입에 여유를 마냥 부리기 힘들게 됐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이번 사고를 이유로 금융투자사의 책무구조도를 더욱 꼼꼼하게 들여다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앞서 신한투자증권 법인선물옵션부는 8월에 ETF LP(유동성공급자) 업무를 수행하던 도중 본래 목적에서 벗어난 장내 선물매매를 하다가 1300억원 규모의 손실을 봤다. 그 뒤 이를 스와프거래(미래의 특정 시점 또는 기간을 설정해 금융자산 등을 교환하는 거래)로 허위 등록해 손실을 감췄다. 신한투자증권은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해 이달 11일 공시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9월 책무구조도를 만들기 위한 컨설팅을 받기 시작했다. 증권업계에서 책무구조도 도입에 가장 이르게 나섰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이번 금융사고로 신한투자증권을 포함해 금융투자사에서 마련 중인 책무구조도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상황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책무구조도 관련 작업을 업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던 신한투자증권에서 대규모 금융사고가 터졌다"며 "금융투자사의 내부통제 능력을 가늠하는 시선도 더욱 엄격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금융투자사의 경우 책무구조도를 만드는 작업 자체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금융투자사는 다양한 구조와 유형의 상품을 다루는 만큼 금융사고를 막기 위한 내부통제 난이도도 높은 편이다. 금융지주사나 은행의 선례를 그대로 따르기도 쉽지 않다.
중소형 금융투자사의 경우 시간적 여유가 있는 반면 책무구조도를 자체적으로 만들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형 금융투자사는 법무법인 등으로부터 컨설팅을 받아 책무구조도를 자체적으로 만들고 있지만 여기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금융투자협회에서 표준 예시안을 내놓을 경우 금융투자사의 책무구조도 마련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형 금융투자사에게 보편적인 예시가 될 수 있고 대형 금융투자사에게도 참고사례 중 하나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이달 16일 열린 '디딤펀드' 출범식 이후 기자들에게 "책무구조도 도입이 (금융사고 수습 및 재발 장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책무구조도가 도입되면 내부통제 구조가 더욱 촘촘해지면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표준 예시안을 공개한 뒤 증권‧자산운용‧선물‧부동산신탁 업권별로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금융투자사의 책무구조도 마련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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