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이 고려아연 공개매수로 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며, 경영권을 방어해야 하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자사주 대항 공개매수를 진행 중인 최 회장 측이 매입한 자사주를 전량 소각할 예정인 만큼 주주총회 등 표대결까지 이어질 경우를 대비해 추가로 의결권을 확보해야 하는 까닭이다. 이에 최 회장이 기존 보유 중이던 자사주 2.4%를 제3자에게 매각해 의결권을 되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영풍은 고려아연 지분 5.34%를 추가로 확보하며 지분율이 기존 33.13%에서 38.47%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최 회장 측은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참여율을 떨어트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고려아연은 공개매수로 확보한 자사주를 전량 소각할 예정이라고 밝힌 만큼 참여율이 높을수록 MBK파트너스·영풍의 지분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당장의 지분 구조만 놓고 보면 MBK파트너스·영풍 측이 유리해졌다. 현재 최 회장을 비롯한 최씨 일가 지분은 15.65%다. 여기에 현대차그룹, 한화그룹, LG화학 등 최씨 일가 백기사 지분 18.4%를 합치면 총 34.05%다. 이대로면 MBK파트너스·영풍이 최 회장 측보다 4%포인트 이상 앞서게 된다. MBK파트너스·영풍 측은 조속한 시일내 임시주주총회나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현 경영진을 교체하는 안건을 상정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최윤범 회장 측은 돌파구 마련이 시급해진 셈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최 회장 측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카드가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고려아연이 기존에 보유 중이던 자사주 2.41%를 우호세력에 매각하는 방안이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제3자에게 매각하면 해당 지분만큼 의결권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이 자사주 2.41%를 제3자 매각에 성공하고, 우군인 베인캐피탈이 공개매수로 2.5% 매입에 성공하면 최 회장 측 지분율은 38.96%로 MBK파트너스·영풍 연합보다 0.49%포인트 앞선다.
일각에서는 우호세력이 장내매수를 통해 고려아연 지원사격에 나설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이번 분쟁은 고려아연 측 우호세력의 선택에 따라 향후 경영권 향방이 갈릴 수도 있는 까닭이다. 현재 우호세력의 지분 구조는 현대차그룹 5.05%, 한화그룹 7.75%, LG화학 1.89% 등이다. 만약 이들이 직접 장내매수로 지분을 확보한다면 고려아연 측이 좀 더 지분 경쟁에 유리할 수 있어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에 가진 자사주 2.4%를 제3자에게 매각해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을지 두고 봐야 한다"면서도 "최윤범 회장 측이 우호세력 결집을 위해 물밑 작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최 회장은 2022년부터 현대차그룹, 한화그룹, LG화학 등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 자사주 교환 방식으로 우호지분을 확대해 왔다"고 덧붙였다.
한편 고려아연 측은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의 공개매수 결과와 관련해 사실상 '실패한 작전'이라고 평가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최초 제시한 최소 매수물량 7%에 못 미치는 5.34%의 성적표를 들이밀며 '공개매수 성공호소인'이 됐다"며 "고려아연이 확보하고 의결권이 늘어날 지분을 감안하면 양측의 지분율은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어 "고려아연 경영진과 임직원 일동은 국가기간산업을 지켜낸다는 일념으로, 절대로 해외에, 그것도 중국에 우리의 기업을 팔아 넘길 수 없다는 필사의 각오로 대응하겠다"며 "국민 여러분과 주주, 그리고 기관투자가 분들의 지지와 성원, 그리고 현명한 의사결정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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