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송한석 기자] 최윤범 회장이 기존에 보유한 2.4% 자기주식을 우호세력에 넘기려는 복안이 난관을 만났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신탁계약으로 체결한 자기주식은 6개월이 지난 후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최윤범 회장이 MBK파트너스-영풍이 개최하려는 임시주주총회(주총)를 거부하며 시간을 끌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의 지분율은 이번 공개매수로 매입한 5.34%를 합하면 38.47%다. 반면 최윤범 회장 측의 지분은 15.65%로 현대차, LG화학, 한화 등 우호세력의 지분율인 18.4%까지 합산해야 34.05%가 된다. 아울러 베인케피탈이 자기주식 공개매수 매입에서 2.5%까지 매수해도 지분율이 36.55%에 불과하다. 

고려아연이 취득하는 자기주식은 전액 소각되는 만큼 지분율 싸움에 도움이 될 수 없다. 결국 현재로서는 MBK파트너스-영풍 측이 1.92%포인트 우위를 가져가는 셈이다. 다만 최윤범 회장 측이 지분율을 역전할 수 있는 복안이 있다. 기존 보유 중이던 자기주식 2.4%를 우호세력에 매각하는 경우다. 이럴 경우  최윤범 회장 측의 지분율은 38.95%까지 상승해 MBK파트너스-영풍보다 0.48%포인트 높아진다.

구체적으로 고려아연은 지난 5월 8일 15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1.4%를 취득했다. 지난 8월 7일에는 4000억원의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을 맺었는데 현재까지 1%를 매입하고 이번 자기주식 공개매수로 중단된 상태다.

문제는 신탁계약을 통해 취득한 자기주식을 지금 당장 활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자본시장법상 자기주식 취득 또는 신탁계약 체결 후 6개월 간 자기주식 처분 및 신탁계약 해지가 제한된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고려아연의 기존 자기주식 2.4% 중 1.4%는 오는 11월 8일 이후, 1%는 내년 2월 7일이 돼야 활용 가능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윤범 회장이 MBK파트너스-영풍이 제안할 임시주주총회를 거부할 것이란 관측이 일각서 나오고 있다. 보유한 자기주식을 모두 활용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통상 주주가 임시주주총회를 신청하면 이사회 결의를 거쳐 진행된다. 이사회에서 거절되면 법정 허가를 거쳐 회의가 개최된다. 예컨대 앞서 고려아연이 서린상사 경영권 장악을 위해 3월 주주총회를 개최하려 했지만 영풍이 반대하면서 열리지 못했다. 결국 법원의 결정을 거쳐 6월, 즉 3개월이 지난 시점에 주주총회가 열렸다.

현재 고려아연의 이사회도 13명 중 12명이 최윤범 회장의 인사인 만큼 이사회에서 거절이 가능하다. 임시 주총 개최는 6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이사회 소집기간 1주 ▲기준일 공고기간 2주 ▲주주총회 소집 통지 및 공고기간 2주 ▲소유자명세 확보기간 약 1주 등이다. 서린상사 경우처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이 임시 주총을 요구하고 법원 판단을 거치면 대략 3개월 정도가 소요될 수 있다. 3개월이 지나면 정기 주총이 열리는 시점이 되고 법원에서는 임시 주총과 정기 주총을 함께 개최하라고 할 가능성도 있다. 즉 최윤범 회장이 임시 주총 거부로 자기주식을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