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영풍-MBK 측의 공개매수 마지막 날 벌어진 '단시간 주가 급락'에 대해 시세조종 행위 여부를 조사해달라며 지난 17일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고려아연 측은 누군가 인위적으로 주가를 떨어뜨려, 투자자들이 영풍-MBK 측의 공개매수에 참여하도록 시장 환경을 조성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영풍-MBK 측의 공개매수 마지막 날인 14일 고려아연 주가는 오후 1시15분께 이날 최고가인 82만원까지 올랐다가 77만9000원까지 급락했다. 이날 종가는 79만3000원을 기록했다.

당시 영픙-MBK 측은 주당 83만원에 공개매수를 진행했고, 고려아연 경영진은 이에 맞서 89만원에 자사주를 매입 중이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주가가 최고가를 찍은 이후 특정 시간대에서 수차례 매도량이 급증한 점을 미뤄봤을 때, 의도적으로 특정 세력이 주가를 끌어내리려 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이날 영풍-MBK 측의 공개매수 주관사인 NH투자증권 창구를 통한 매도량이 가장 많았다는 사실에 주목, 인위적인 매도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NH투자증권은 영풍-MBK 측에 막대한 자금 지원도 하고 있어 주요 우군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딜사이트 취재 결과, NH투자증권 창구에서는 매도량 뿐만 아니라 매수량도 가장 많았다. 매수와 매도량을 모두 감안하면 이날 NH투자증권 창구를 통한 순매도량은 7432주였다. 

오히려 순매도량을 기준으로 가장 많은 거래가 이뤄진 증권사 창구는 미래에셋증권(1만5663주)이다. 이어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2, 3위를 차지했다. NH투자증권은 4위에 그쳤다.

NH투자증권은 그간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공개매수 기간 동안 IB사업부 및 운용사업부 등에 공개매수 주식에 대한 거래 제한을 걸어두는 만큼 시세조종 의혹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특히 오후 1시에서 3시 사이에 매도가 이뤄진 창구가 당사 창구라는 근거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또한 당일(14일) 순매도 물량은 미래에셋증권이 가장 많은데, 같은 이유로 보면 주가 하락의 원인이 미래에셋증권에 있다고도 주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래에셋증권은 고려아연 경영진 측의 공개매수 주관사다.

증권업계에서는 공개매수 마지막 날 투자자들의 거래가 몰리는 것을 일반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세조종 의도를 가진 비정상적 거래를 찾아내는 게 향후 금감원 조사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 공개매수는 고려아연 경영진과 영풍 측이 수차례 매수가를 인상하면서 다소 과열된 측면이 있다"며 "개인과 기관투자자들 모두 세금이나 이익 측면에서 각자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상황을 지켜보다 투자판단을 내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금감원이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조사에 나선 만큼 결과를 기다리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지난주 고려아연과 영풍-MBK 연합에 대한 회계심사에 나서는 한편 공개매수와 관련해 불공정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8일 공개매수 과정에서 경쟁이 과열돼 단기에 주가가 급등하고,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유통되면서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주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고려아연과 영풍, 양측의 불공정거래 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해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한편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영풍 측이 제기한 고려아연 경영진의 자사주 공개매수 중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은 앞서도 영풍이 제기한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이날 판결에 대해 고려아연 관계자는 "영풍이 적대적 M&A를 위한 활용방안으로 제기한 2차 가처분(공개매수절차중지) 신청을 (법원이) 또다시 기각했다"며 "이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의 불확실성을 높여 주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함으로써 영풍과 MBK의 공개매수에 응하도록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획된 꼼수라는 사실을 반증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