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이 고려아연 공개매수에서 승기를 잡으며 고려아연의 경영권 방어 대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주식 6.4% 등 의결권 지분 확보가 절실하지만 이를 위한 자금 동원력에서 MBK파트너스보다 열세에 놓여있어서다.
일각에선 고려아연이 유통주식을 매입하는 대신 극단적인 경우 소액주주들의 의결권 위임장을 얻기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한다. 우군으로 분류하는 대기업이 보유한 지분 역시 동원이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반면 소액주주 연합은 올해 초 열린 주주총회에서 고려아연에 지지를 선언한 사례가 있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 후 확보 가능한 의결권은 약 45.58%다. 베인캐피탈이 이번 공개매수에서 지분을 최대(2.4%)로 확보하고 고려아연이 취득한 자사주를 모두 소각했을 경우를 가정한 계산이다. 이 경우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은 48.02%의 의결권을 얻게 돼 고려아연보다 소폭 우위를 점하게 된다.
고려아연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2.4%를 우호세력에게 넘기거나 장내 유통주식을 매입하는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 등 우호세력의 이사진이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 상향 이사회에 불참하는 등 유보적인 태도를 보여 자사주 처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 역시 나온다. 유통주식 매입 역시 자금 동원력에서 앞선 MBK파트너스가 지분 매입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수월하지 않을 전망이다.
고려아연이 이번 자사주 공개매수에서 최대 매수 수량 20%를 확보할 경우 회사의 자기자금 7600억원 중 5000억원을 소진하게 된다. 동시에 2조6000억원에 이르는 차입금으로 1000억원 이상의 이자비용 부담이 불가피하다. 지난 공개매수에서 지출할 것으로 계획한 2조5141억원 중 9173억원만 투입한 MBK파트너스 대비 자금력이 열위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선 수세에 몰리고 있는 고려아연이 극단적인 경우 소액주주들의 의결권(6.4%)을 대규모로 위임받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이라고 분석한다. 지난 14일 종료한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에도 지분이 극단적으로 몰리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양 측의 장내 지분 매입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주주총회 소집 전까지 양측의 의결권 확보가 지지부진하면 고려아연은 의결권대리행사권유로 주주들에게 위임장을 얻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19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소액주주연대 '액트'는 "고려아연의 주주환원율 68%면 회사를 지지해줍시다"라며 다른 소액주주를 포섭하기도 했다. 액트가 전자위임장 관리 기관으로 공시되며 이해상충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여론에 쉽게 반응하는 주주들을 포섭하는 건 고려아연이 보다 적극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소액주주 의결권 대리행사는 고려아연 입장에서 최후의 수단이 될 것"이라며 "자사주 공개매수로 최대 매수 수량 달성에 실패할 경우 오히려 자금 여유가 생기는 등 변수가 산재해 있어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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