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최근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에 진입했다는 기대감에 회사채 시장이 비수기(7~8월) 시즌에도 활황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채를 발행하고자 수요예측에 나선 기업만 이달 들어 17곳에 달한다.
다만 이러한 시장 분위기 속에서도 비우량 건설채에 대한 투심은 녹록지 않다. 비우량 건설채 투심의 가늠자로 주목됐던 'A+' 롯데건설 회사채가 이달 들어 유일하게 미매각됐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롯데건설 미매각을 통해 올해 하반기에도 여전히 양극화가 지속되고 있다고 내다봤다.
23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 연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건설업종 회사채(공모·사모) 규모는 3920억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건설업종 기업어음(CP) 만기도래 금액은 6989억원으로 집계됐다.
눈길을 끄는 건 롯데건설이다. 롯데건설은 연내 상환에 나서야 하는 채무(채권+CP) 수준이 2640억원에 달하는 데다, 'A+'라는 비우량 신용등급을 보유한 탓에 상환 자금을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예상됐기 때문이다.
롯데건설은 올해 2월 회사채 시장에 나설 때만 해도 모회사인 롯데케미칼의 신용보강 찬스를 받아 무리 없이 필요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롯데케미칼 사정이 나빠지면서 롯데건설이 모회사의 신용보강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됐다. 이에 롯데건설 홀로 회사채 시장에 나서게 되면서 롯데건설을 향한 시장의 우려는 커져만 갔다.
아울러 롯데건설 회사채 수요예측은 올해 하반기 비우량채이자 비선호업종의 대한 투자자의 투심을 알아볼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이달 회사채 시장에 나선 건설기업 DL이앤씨와 신세계센트럴시티의 경우 'AA-' 수준의 우량한 신용등급을 내세우며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을 훌쩍 웃도는 매수주문을 받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DL이앤씨는 1000억원 모집에 8050억원, 신세계센트럴시티는 1300억원 모집에 910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이에 양사 모두 2000억원으로 증액 발행했다.
롯데건설은 시장의 우려대로 모집액을 모두 채우지 못했다. 롯데건설은 지난 19일 자체 신용등급 A+를 가지고 15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섰지만 1년 6개월물 1200억원 모집에 570억원, 2년물 300억원 모집에 200억원의 주문을 받으며 총 770억원어치 매수주문을 받는 데 그쳤다.
이로써 롯데건설은 이달 들어 회사채 시장에 나온 발행사 17곳 중 유일하게 미매각을 낸 기업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또 롯데건설 회사채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인기가 높지 않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여전히 비우량채와 비선호업종에 대한 투심은 미약하다는 점도 입증됐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건설의 회사채가 미매각 사태를 피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하반기 수급이 충분하다는 전망 속에도 투자자들의 투심 양극화가 여전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편, 롯데건설은 매각되지 못한 나머지 물량은 금리 가장 윗단인 5.8% 수준에서 추가 청약을 통해 모두 소진할 예정이다. 지난 5월 회사채 시장에 나선 'A' GS건설 역시 1000억원 모집에 280억원에 그치는 주문을 받았지만 리테일 추가 청약에서 완판에 성공한 바 있어 시장에서는 롯데건설 역시 무리없이 남은 물량을 매각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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