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의 규모가 커지며 이들을 관리·감독하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 부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CVC관련 협의체를 경쟁적으로 발족시키고 있다. 올해 들어 CVC 투자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부처간 경쟁을 촉발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2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포스코기술투자, GS벤처스, CJ인베스트먼트 등 일반지주회사 계열사로 편입돼 있는 CVC는 지난해 총 13개로 2022년 10개에서 3개 증가했다. 세아기술투자(3월)와 대웅인베스트먼트(4월), LX벤처스(9월), 두산인베스트먼트(11월) 등이 신규로 진입한 CVC다. 반면 에코프로의 계열사 에코프로파트너스는 2022년 기업집단에서 제외됐다.
이들 일반지주회사 계열 CVC에서 지난해 새로 결성한 투자조합은 13개다. 총 약정 금액은 3637억원으로 전년(2698억원) 대비 34.8% 늘어났다. 이 중 올해 신규 집행한 투자금은 1764억원으로 전년 대비 줄었지만 건당 평균 투자금액은 12억4000만원에서 13억2000만원으로 증가했다.
초·중기기업에 대한 투자는 전체 신규 출자금액의 62.3%로 창업기업에 대한 모험투자가 계속되고 있다. 금융회사 등 외부 유한책임투자자(LP)가 아닌 그룹 내부의 출자비중이 79.1%에 달한다. 대규모 기업집단의 유보자금이 CVC를 통해 벤처투자 시장으로 흘러들어간 것을 확인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업종 별로 살펴보면 전기·기계·장비(27.8%), AI, 페이먼트 서비스 등의 ICT 서비스(21.6%), 바이오·의료(13%) 등에 투자가 집중돼 있다.
이처럼 CVC의 몸집과 투자실적이 불어나자 중소벤처기업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CVC 모셔가기'가 치열해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산업계 전반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치적 쌓기 경쟁이 올해 들어 본격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곳은 산자부다. 국내 CVC 42개사와 함께 지난해 8월 CVC얼라이언스를 출범시키며 경쟁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이에 중기부는 한국벤처캐피탈(VC)협회 산하 CVC협의회를 지난해 10월 창설해 운영 중이다.
산자부의 CVC얼라이언스는 2025년까지 1조원의 정책펀드와 7조원의 민간주도 펀드 등 총 8조원의 CVC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한 발 늦게 결성한 CVC협의회는 2022년 2조7000억원을 기록한 CVC 투자를 2027년까지 30%, 총 3조5100억원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산자부는 충청남도, 전북특별자치도, 전라남도와 함께 1000억원 규모의 지역산업혁신펀드 2.0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산자부와 그 산하기관이 400억원을 출자하는 내용을 골자로 지난 5월 각 지방정부와 함께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이외에도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지난해 400억원 규모의 CVC 스케일업 펀드를 결성하는 등 산하기관을 활용한 CVC 지원이 적극적이다.
산자부가 적극성에서 앞서고 있지만 현재 CVC 관련 출자 규모는 중기부가 오랜 기간 경험을 쌓은 만큼 압도적이라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누적 출자 규모는 중기부가 2조원 이상의 실적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확실히 영향력이 크다"며 "산자부의 CVC 러브콜이 이어지면서 CVC 입장에선 두 부처 간에 저울질이 가능해진 만큼 중기부는 향후 대응 방안 수립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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