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서재원 기자] 코스닥 상장을 앞둔 이노그리드의 상장예비심사 승인이 취소되면서 이 회사에 투자한 벤처캐피탈(VC)들의 발등에도 불똥이 떨어졌다. 당초 계획했던 투자금 회수(엑시트) 전략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태로 향후 1년 간 예심 신청을 못할 가능성도 생긴 만큼 곧 펀드 만기가 도래하는 투자자들은 골머리를 썩게 됐다.
◆시장 성장성 눈여겨 본 다수 기관 러브콜…누적 투자액 161억원
이노그리드는 2006년 설립한 클라우드 컴퓨팅 및 디지털전환 전문기업이다. 200여개 공공·금융·기업고객들에게 클라우드 구축, 전환, 운영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19년 김명진 대표가 경영권을 잡은 뒤 본격적으로 클라우드 솔루션 개발에 나서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0년 91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329억원까지 확대됐다.
클라우드 시장의 성장성에 힘입어 이노그리드는 다수의 VC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이 회사는 지난 2017년 시리즈A 라운드에 돌입해 KB인베스트먼트와 신한벤처투자(구 네오플럭스로)부터 5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당시 투자를 이끈 KB인베스트는 "장기간에 걸친 클라우드 분야의 우수한 R&D기술력과 사업전략의 타당성에 주목했다"며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2022년에는 총 두 번에 걸쳐 시리즈B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했다. 1차에서는 한국투자증권과 오픈워터인베스트먼트, 라이프자산운용, 우신벤처투자 등이 참여해 51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6개월 뒤 이 회사는 JB인베스트먼트와 이베스트투자증권으로부터 60억원 가량의 추가 자금을 확보했다. 현재까지 누적 투자액은 161억원에 달한다.
이노그리드는 지난해 2월 한국거래소 코스닥상장본부에 예비심사를 신청하며 본격적으로 기업공개(IPO)에 시동을 걸었다. 파두 사태 등의 여파로 심사기간이 11개월 이상 소요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지난 2월 끝내 예심 문턱을 넘었다. 다음 달에 코스닥 상장을 앞두면서 이 회사에 투자한 VC들의 엑시트도 가시화할 전망이었다.
◆상장 직전 예비심사 불인정…투자 VC 엑시트 '불발'
하지만 최근 이노그리드가 한국거래소로부터 예심 승인 취소 통보를 받으면서 엑시트의 꿈은 뒤로 미뤄졌다. 거래소는 예심 청구서를 제출할 당시 이노그리드가 과거 최대 주주였던 박모 씨와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의도적으로 은폐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 박모 씨가 거래소와 금융감독원에 분쟁 관련 투서를 보낸 후에야 이노그리드가 증권신고서에 해당 분쟁 사실을 기재한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다만 이노그리드 측은 경영권 분쟁 사항이 예심 신청서 기준에 맞지 않아 기재하지 않은 것일 뿐 의도적으로 은폐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상장 예정기업의 경우 예심을 위해 소송사건, 과거 경영권 분쟁 사실, 진행 중인 소송 등을 기재해야 하지만 이들 모두 해당 사항이 없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박모 씨는 코스닥 상장기업의 상장폐지 및 관련한 횡령·배임 혐의로 해외도피 중이기 때문에 이를 '경영권 분쟁'으로 볼 수 없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노그리드는 승인 효력 불인정에 대한 재심사 청구 등 후속 조치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다만 재심 청구가 받아 들여지지 않을 경우 향후 1년 동안 예비심사를 신청할 수 없게 된다. 문제는 이 기간 만큼 FI들의 엑시트 시점도 지연된다는 점이다. 특히 통상적으로 펀드 만기가 8년 정도임을 고려하면 펀드 청산을 앞둔 초기 투자자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예심 취소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박모 씨 투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분위기다.
이노그리드에 투자한 기관 관계자는 "예심 취소가 이대로 진행될 경우 펀드 만기가 1, 2년 남은 VC는 어떤 방식으로든 엑시트를 진행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거래소에 투서를 넣은 사람을 고소를 해서라도 강경한 대응과 적극적인 해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향후 주주 간담회를 통해 구체적인 계획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외 거래 1주당 5000원~6000원 수준…시리즈B 투자 대비 60~70% 하락
시리즈B 유치 당시 신규 투자자로 참여한 FI들 역시 골머리 썩기는 마찬가지다. 시리즈B 1차 투자에 참여한 오픈워터인베, 한국투자증권, 우신벤처투자는 주당가액 1만5400원에 주식을 취득했다. 2차 투자에 참여한 JB인베스트, 이베스트투자증권은 1차 투자 유치 대비 54% 가량 상승한 1주당 1만9700원에 주식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 투자에서 이노그리드가 받은 기업가치는 833억원 규모다.
다만 이번 사태로 이노그리드의 기업가치는 급격히 하락 중이다.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지난 5월 1주당 3만원을 웃돌던 이노그리드 주식은 25일 기준 5000원 가량까지 하락한 상황이다. 같은 기간 또 다른 비상장 주식 거래소 38커뮤니케이션에서는 1주당 6000원에 주식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시리즈B 당시 받은 기업가치와 비교해 60~70% 감소한 수준이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