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지수 기자] 올해 1분기 정보통신(IT)·테크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 투자가 전년에 비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을 위한 선제적인 기술 확보 수요가 이어지고 있지만 몸값과 관련한 매수인과 매도인의 시각 차이가 벌어지면서 딜 성사가 어려워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6일 '2023년 1분기 딜사이트 자본시장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테크·IT 기업에 대한 M&A 거래액(완료 기준)은 총 2923억원, 거래 건수는 총 12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분기 총 11건의 거래로 1조9474억원의 거래가 클로징됐던 것과 비교해  85% 줄어든 수치다. 

전년 같은기간에 비해 거래 건수가 증가했음에도 거래 규모가 크게 줄어든 것은 대규모 M&A 거래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분기 4000억~5000억원 상당의 거래가 상당수 클로징됐던 것과 비교해 올해 1분기에는 2000억원 이상의 딜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수금융 금리가 10%대까지 치솟으면서 대규모 딜이 실종됐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기업 성장을 위한 기술 확보 필요성은 여전하지만, 인수 가격을 놓고 매도자 측과 매수인의 시각 차이가 여전해 테크나 IT기업들의 딜이 성사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M&A가 활황이던 2021년까지만 해도 테크나 IT기업들의 몸값이 많이 올라와 있었기 때문에 매도자는 눈높이를 낮추지 않고 있고, 매수인 입장에서는 몸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인수금융 금리가 10%까지 오르는 등 자금조달 어려움이 있어 큰 딜이 성사되기도 쉽지 않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제 지난 1분기 테크·IT부문에서 가장 규모가 컸던 거래는 1000억원대 거래였다. 삼성SDS가 통합 공급망관리(SCM) 확보를 위해 AI(인공지능)기반 구매 공급망관리 기업 '엠로' 지분 33.4%과 경영권을 인수하는 거래로, 1283억원 규모로 이뤄졌다. 

다음으로 큰 규모의 거래는 하이브가 AI 오디오 기업인 수퍼톤 지분 56.1%을 490억원에 인수하는 거래였다. 하이브는 노래나 연기에 활용이 가능한 목소리 제작이 가능한 수퍼톤의 기술을 활용해 엔터와 IT의 융합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수피아이티센홀딩스가 콤텍시스템을 합병하는 330억원 규모의 거래, 한컴위드가 매각한 지엠디소프트 지분 전량을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가 130억원에 인수하는 거래, 중국 게임 회사 넷이즈(NetEase)가 온라인 게임 소프트웨어를 개발 및 공급하는 디자드 지분을 약 60억원에 인수한 거래 등이 있었다.

한편 올해 1분기 벤처캐피탈(VC)의 테크기업 투자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플레이태그가 2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거래나 리걸테크 기업 엘박스가 7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거래 등이 있었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기술 확보 필요성이 큰 기업들의 수요가 꾸준한 만큼 상반기 이후에도 IT·테크 기업들을 둘러싼 몸값 줄다리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실탄이 충분한 곳은 금액을 맞추기 위해 관망하고 있고, 실탄이 없는 곳은 자금조달이 쉽지 않기 때문에 금액이 낮춰지길 바라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모펀드(PE)들이 투자한 기업 중 펀드 만기가 임박한 곳은 가격을 낮춰서라도 매물로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