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보라 기자] 삼성SDS가 해외법인 청산 등 전사적인 비용 절감으로 신사업 투자 재원 마련에 나섰다. 기존 먹거리인 물류 사업은 매출이 큰 만큼 제반 비용도 커 수익성이 낮다 보니 생성형 인공지능(AI) 등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삼성SDS는 수익성이 낮은 ▲미국 텍사스 넥스트(Neo EXpress Transportation Inc.), ▲글로벌딜리버리센터 시안(Global Development Center Xi'an) 등 해외법인 2곳을 정리했다. 삼성SDS의 토대는 삼성전자가 전 세계에 판매하는 전자기기 물동량을 관리하는 물류 업무처리아웃소싱(BPO)이다. 

삼성SDS는 2018년 해운업체 HMM과 미국 텍사스에 BPO 합작법인(JV) 넥스트를 설립, 삼성전자 북미 물동량을 관리해왔다. 인접한 멕시코가 삼성그룹 전자 계열사 해외 생산거점 중 하나인 만큼 지리적 활용도도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넥스트의 적자가 쉽사리 개선되지 않았고,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물류 사업 트렌드까지 데이터 기반 자동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이에 삼성SDS는 전통적인 물류 사업보다는 공급망 관리(SCM) 솔루션을 제공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 SCM 물류실행(SEC) 솔루션 '첼로스퀘어' 보급을 확대하는 대신 넥스트는 청산하기로 결정했다. 

미중 갈등 셈법이 복잡해지면서 GDC 시안도 청산에 나섰다. 삼성SDS는 중국·베트남·인도 등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 거점에 GDC를 운영해 비용 절감 및 현지화 전략을 동시에 꾀했다. GDC 시안은 중국 현지 법인들의 전사적자원관리(ERP) 운영을 맡아 왔다. 그러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자 GDC 시안과 중국 베이징 법인을 통합, 운영효율화에 나섰다. 

삼성SDS가 비용 절감에 나서는 이유 중 하나는 신사업 확대와 무관치 않다. 이 회사는 최근 IT서비스 강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수익성이 높기도 할 뿐더러 지속적으로 거론되는 삼성전자 매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다. 올해 상반기 출시가 예고된 생성형 AI 신사업도 IT서비스 밑으로 편제될 가능성이 크다. 

관련 투자금 역시 증가하고 있다. 2021년 이전 삼성SDS의 연간 자본적투자(CAPEX)는 2000억~3000억원 안팎에서 유지돼 왔다. 투자 규모가 불어나기 시작한 건 IT서비스 내 클라우드 사업 확장과 함께다. 2022년 연간 CAPEX는 6470억원으로 전년 대비 2배 넘게 확대됐다. 지난해 3분기 누적 CAPEX도 4000억원 수준으로 증가 추세다. 

이는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을 위한 서버 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가 챗GPT 등 생성형 AI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면서 서버 투자는 전반적으로 지연되고 있다. 서버의 두뇌 역할을 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가 어려워지면서다. 수급 상황에 따라 이연된 투자가 발생하면 CAPEX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CAPEX 규모가 커지고 있는 건 데이터 센터 투자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삼성SDS는 생성형 AI를 직접 구축하는 회사는 아니다. 보안을 지키면서 생성형 AI를 쓰고자 하는 회사를 위해 관련 플랫폼이나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게 사업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직접 만드는 것 만큼은 아니겠지만 관련 투자는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