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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銀을 보는 불안한 시선
이규창 기자
2020.11.13 08:29:49
밀려오는 자금만큼 부동산 PF 대출도 증가···'저축은행사태' 데자뷰
이 기사는 2020년 11월 12일 10시 2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규창 기자] 토머스 미즐리(Thomas Midgley, Jr., 1889~1944)는 자동차의 노킹(knocking) 현상을 해결하는 에틸(Ethyl)과 냉매에 사용되는 염화불화탄소(CFC. 상품명 Freon)를 발견한 미국의 천재 기계기술자이며 화학자이다. 하지만 토머스 미즐리는 지구 환경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 인물로 꼽힌다.

에틸은 인체에 치명적인 납을 포함하고 있었다. 자동차 회사 산하 연구소에서 근무했던 미즐리와 해당 회사 등은 에틸에 납이 포함돼 있다는 언급을 하지 않은 채 값싸고 제조하기 쉬운 에탄올을 무시하고 '돈이 되는' 에틸을 생산·보급했다. 그 결과 생산 공장에서 다수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소멸되지 않고 축적되는 납이 대기 중에 방출되면서 치명적인 환경오염을 일으켰다. 미즐리 역시 납중독으로 요양을 해야 했다. 납의 유해성은 훨씬 오래 전부터 알려진 사실이었다. 물론, 에틸 이후 미즐리의 손을 거쳐 세상에 나온 염화불화탄소, 즉 프레온의 경우 당시에는 해당 물질이 지구 오존층을 파괴할 것이라는 인식이 없었기 때문에 개발자의 잘못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고의든 아니든 미즐리의 반복된 실수는 오늘날까지 지구 환경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처럼 인간은 실수를 반복한다. 성숙의 과정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어리석음의 상징이기도 하다. 인간이 모인 기업이나 금융회사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으로 투자의 반복된 실수다. 대부분 결과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외면하고 지나치게 미래를 낙관하면서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한다. 무리한 차입에 기댄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우던 대기업이 '승자의 저주'라는 수렁에 빠지듯이.


금융시장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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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투자자문사로 시작해 2015년 말 헤지펀드 전문 운용사로 전환한 라임자산운용은 자금이 몰리자 비상장 채권과 무역금융 등으로 투자 범위를 확대했다. 고수익을 낼 투자처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개방형 펀드가 환금성이 떨어지는 자산에 투자한 셈이다. 모자(母子)펀드로 덩치를 불린 다음 해당 펀드 자산을 담보로 총수익스와프(TRS) 방식으로 자금을 더 모으기도 했다. 결국, 라임자산운용은 폰지사기, 수익률 조작 등에 연루되면서 무더기로 펀드 환매중단을 선언했다.


이른바 라임사태는 2011년 저축은행사태와 어딘가 비슷한 면이 있다. 금고에 돈이 쌓이자 저축은행들은 수익을 내기 위해 시중은행이 독점해오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적극 나섰다. 부동산 PF 대출을 하며 잡은 토지 담보는 시중은행에 비해 부실했다. 결국 2008년 말 본격화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고 부동산 PF 대출에 나섰던 저축은행들은 부실해지기 시작했다. 당시 감독당국이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1% 미만인 저축은행을 무더기로 영업정지 조치하면서 저축은행사태가 촉발됐다.


라임자산운용이나 저축은행들 모두 넘치는 자금을 제대로 굴리지 못하고 낙관적인 전망 하에 위험자산에 투자를 감행하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펀드 환매중단은 옵티머스자산운용 등으로 계속 반복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저축은행의 경우 아직까지 비교적 건실하다는 것. 감독당국이 엄격하게 규제한 덕에 대부분 저축은행의 건전성 지표가 양호하다. 하지만 최근 저축은행에 급격히 자금이 쏠리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젊은층도 제로금리 시대에 조금이라도 높은 이자를 주는 저축은행에 돈을 맡기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수신 잔액은 71조원을 넘어섰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직전 수준에 근접했다.


동시에 부동산 PF 대출도 늘었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저축은행의 부동산PF 대출 규모는 약 6조5000억원에 이른다. 저축은행 사태 직후 4조3000억원보다 훨씬 많은 규모다. 과거에 비해 견실한 사업장이거나 튼튼한 담보 대출이라고는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 부실을 피할 수 없다. 또, 고금리의 개인 신용대출도 코로나19 여파로 언제든 연체율을 높일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심지어 업계 상위사인 SBI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은 라임펀드에 투자하기도 했다.


유동수 의원은 "올해 상반기 저축은행의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 하락은 정부가 추진한 대출만기 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조치의 영향으로 '착시효과'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앞서 언급한 미즐리는 51세 때 척수성 소아마비에 걸려 침대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병상에 누워서도 밧줄과 도르레를 이용해 침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장치를 고안했는데 55세 때 해당 장치 줄에 목이 졸려 사망했다.


저축은행이 과거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면 국민들로부터 사망선고를 받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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