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변한석 기자]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지역 채널들이 선거철에는 '지역 민주주의 인프라'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정작 수익성 악화와 규제 부담 속에서도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더 이상 자체 수익만으로 유지할 수 없는 SO사업의 회생 방법으로 정부의 지역방송발전지원특별법 개정과 방송통신발전기금 감면을 주장하고 있다.
6·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유료방송(SO)들이 선거방송을 표출하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특히 유료방송 지역 채널들의 중요성이 돋보인다. 지방선거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선출하는 선거다. 국내 주요 선거 중 한 번에 수천 명의 후보가 쏟아지는 가장 다 인원의 선거다. 따라서 지상파는 시간적·물리적 한계 때문에 지역·선거자를 모두 담당할 수는 없어 광역단체장에만 집중하고 있다.
SO 지역 채널은 전국 77개 시·군·구 단위로 쪼개진 미디어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 방송 매체 가운데 가장 좁은 권역을 담당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지역 채널은 관심도가 낮은 지방의원 선거에서 유권자가 후보자 정보를 잘 알 수 있도록 관련된 선거방송들을 송출하고 있다. 특히 비수도권 주민은 SO가 송출하는 선거방송에 크게 좌우된다. '동네 일꾼'을 검증할 수 있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구현인 것이다.
다가오는 6·3 지방선거에서도 SO는 '지역 밀착 선거방송'을 편성한다. LG헬로비전은 지역 현안에 대한 후보자별 해법을 비교하는 코너를 준비한다. SK브로드밴드도 미니 대담과 초청 토론회를 진행한다. 황희만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은 "지역선거에서 중요한 건 우리 동네 후보가 누구며 어떤 공약을 내걸었는지"라며 "지역채널은 그 정보를 가장 가까이에서 전달해온 지역 민주주의의 생활 인프라"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수익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선거철에만 SO의 공적 역할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케이블TV의 영업이익은 2017년 이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에 따르면 케이블TV 전체 영업이익은 2017년 3486억원에서 2024년 148억으로 95.8% 감소했다. 그러나 제작비는 꾸준히 상승했다. 협회에 따르면 케이블TV 전체 제작비는 1258억원으로 제작비가 영업이익의 8.5배에 달한다.
유료방송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SO에 무관심하다. 우선 지역 지상파는 지역방송발전지원특별법의 수혜를 받지만 SO는 별도의 법률이 없다. 방송통신발전기금 실질 부담액수도 SO가 가장 많다. 한 SO관계자는 "지역MBC 16개사와 지역민방 10개사의 방발기금은 각각 4억6000만원, 5억5000만원"이라며 "하지만 SO 14개사는 250억500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SO의 높은 방송통신발전기금 부담은 과거 지역 독점을 전제로 설계된 구조 때문이다. 한때 SO는 안정적 가입자 기반과 초과이윤을 바탕으로 지역 채널 등 공적 역할 비용을 부담해왔다. 하지만 OTT 시대에 과거 독점 구조를 전제로 설계된 방송통신발전기금 체계를 유지하는 건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해석이다.
케이블방송 노조도 정부의 규제 불균형을 규탄하며 4월 29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 측에 따르면 방통위는 출범 후 한 번도 케이블방송 회생 방안이나 규제 논의는 한 적이 없다. 안성제 언론노조 스카이에이치씨앤지부장은 "콘텐츠 다양성과 지역 정보 접근권이 무너지고 있다"며 "피해는 고스란히 시청자에게 요금 인상과 서비스 질 저하라는 형태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SO업계는 정부의 제도 개선을 최우선으로 요구하고 있다. SO 역시 지역 지상파처럼 지역방송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법적 지위는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특별법 체계 안으로 포함시켜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다. 실제 SO 재허가 심사 점수 600점 가운데 지역성 항목은 90점이다. 전체 점수의 15%에 달하지만 이를 유지하기 위한 지원 체계는 부족하다는 해석이다.
SO관계자는 "유료방송은 과거 지역 독점 구조 속에서 공적 책임 교차 보조 모델을 수행할 수 있었다"며 "다만 현재는 OTT의 등장으로 시장 환경 자체가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적 역할을 유지하라고 하면서도 제도적 지원은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SO 위기가 단순히 기업 실적 악화에 그치지 않는다고 분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역채널 축소가 현실화될 경우 지상파가 담당하기 어려운 소단위 지방선거·재난 방송 등에 공백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며 "정부는 지방분권과 지역소멸 대응을 강조하면서도 지역 정보를 전달하는 인프라는 방치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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