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서재원 기자] 애경산업 인수자금 조달에 착수한 티투프라이빗에쿼티(PE)와 유안타인베스트먼트가 당초 프로젝트펀드를 활용해 인수자금 전액을 마련할 계획이었으나 인수금융을 일부 병행하는 방식으로 조달 구조를 변경했다. 최근 애경산업의 2080 치약 안전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투자자 모집에 부담이 커지자 일부 빚을 내어 자금을 충당하는 쪽으로 급선회했다는 지적이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티투PE·유안타는 인수금융을 병행하는 방향으로 애경산업 인수자금 조달 구조를 변경했다. 현재 구체적인 인수금융 규모와 주선사 선정 등을 논의하는 단계로 전해지는데 티투PE·유안타가 마련해야 할 인수금액은 총 2350억원이다.
앞서 지난해 태광산업 컨소시엄(태광산업·티투PE·유안타인베스트먼트)은 AK홀딩스 등이 보유한 애경산업 지분 61.13%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전체 거래금액은 4700억원 규모다. 전략적투자자(SI)인 태광산업이 전체 인수금액의 절반을 부담할 예정이며 나머지는 티투PE·유안타가 재무적투자자(FI)로서 조달하는 구조다.
당초 티투PE·유안타는 별도의 차입 없이 235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펀드를 조성해 인수자금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태광산업이 후순위 출자자로 참여하는 구조를 설계해 하방 리스크를 막은 만큼 유한책임투자자(LP) 모집도 수월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다만 LP들이 투자를 검토하던 과정에서 티투PE·유안타는 갑작스럽게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방식으로 구조를 변경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애경산업에서 발생한 제품 안전성 이슈가 이러한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브랜드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LP 모집 속도가 당초 예상만큼 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애경산업은 최근 '2080 치약' 일부 제품에서 사용이 금지된 물질인 트리클로산이 검출되면서 해당 제품을 전량 회수했다. 트리클로산은 과거에는 비누나 치약 등에서 항균제, 보존제 등으로 널리 쓰였던 성분이다. 다만 해당 제품이 간 섬유화와 암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논란이 일었고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16년부터 치약과 구강 청결제 등 구강용품에 트리클로산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제품은 2080 치약 중 중국에서 위탁 생산한 6종이다(▲2080베이직치약 ▲2080데일리케어치약 ▲2080스마트케어플러스치약 ▲2080클래식케어치약 ▲2080트리플이펙트알파후레쉬치약 ▲2080트리플이펙트알파스트롱치약).
이번 논란이 법적 분쟁이나 손해배상 이슈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트리클로산 혼입 경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품질관리 미흡 등 법 위반 사실이 확인될 경우 행정처분이 내려질 수 있어서다. 자발적 회수와 미량 검출 등을 감안하면 중징계 가능성은 크지 않을 수 있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인수 이후 예상치 못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 우발 채무로 볼 여지가 있다.
이번 치약 안전성 이슈가 소비자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투자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애경산업의 경우 과거 수천 명의 사상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사태의 당사자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살균제 사용 이후 사망이나 폐섬유화 등 중증 폐질환 피해가 속출한 사건이다. 애경산업은 당시 두 번째로 많은 피해자를 낸 '가습기 메이트'의 판매사였다. 지난해 이재명 정부는 해당 사건을 사회적 참사로 규정해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법을 개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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