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건전성 지표가 급격히 나빠졌지만, BNK캐피탈의 자금조달 여건은 예상보다 안정적이다. 모회사인 BNK금융지주의 신용보강 효과와 금리 하락 사이클이 맞물리며, 자본시장 내 신뢰를 일정 수준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9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BNK캐피탈은 최근 자산건전성 지표 악화로 시장의 우려를 받았다.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개발사업 시행사인 '루펜티스' 등 일부 거액 여신이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되면서 2025년 9월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4.0%까지 상승했다. 이는 2024년 말(1.4%) 대비 3배 가까이 급등한 수치로, AA- 등급 캐피탈사 평균(2.0%)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통상 캐피탈사의 건전성 지표 악화는 조달 환경 악화로 직결된다.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 채권 발행 시 더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BNK캐피탈의 조달 여건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점은 시장에서도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같은 배경에는 은행계 캐피탈사라는 지위에서 비롯된 그룹 신용도가 자리 잡고 있다. BNK캐피탈은 2025년 9월 말 기준 전체 외부 조달 8조282억원 가운데 94.2%인 7조5600억원을 회사채로 조달하고 있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모두 BNK캐피탈에 'AA-(안정적)' 등급을 부여하고 있는데, 이는 BNK캐피탈의 개별 리스크보다는 BNK금융그룹 차원의 지원 능력과 통합 신용도를 더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신용평가는 "그룹의 우수한 대외 신인도에 기반해 비은행계 캐피탈사 대비 자금 조달의 안정성과 비용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단행된 1200억원 규모의 중간배당 역시 그룹과의 연계성을 부각시키는 대목이다. BNK캐피탈은 지난달 16일 이사회를 열고 중간배당을 결의했으며, 배당금은 전액 모회사인 BNK금융지주로 지급된다. 건전성 부담이 제기되는 상황에서도 배당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그룹 차원의 유동성 지원 가능성이 열려있음을 시사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건전성 측면에서도 일부 정상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BNK캐피탈의 건전성 지표 악화를 주도했던 루펜티스 관련 여신 200억원은 지난해 11월 만기 연장에 성공하며 정상 여신으로 재분류됐다. 루펜티스 관계사인 정상북한산리조트 여신 300억원도 지난해 8월 전액 상환됐다. 일시적으로 훼손됐던 지표가 점진적으로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조달 환경 측면에서는 시장금리 흐름도 우호적이다.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 이후 연 5~6%대 금리로 발행했던 고금리 채권들의 만기가 순차적으로 도래하면서, 차환 부담이 점차 완화되고 있다. 최근 A등급 캐피탈채 발행 금리가 하향 안정화되며,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의 신규 채권으로 갈아타는 '차환 효과'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기업평가는 "평균 조달금리 대비 신규 조달금리가 낮은 수준으로 형성되면서 전체적인 조달비용 부담이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2025년 4분기 들어 시장금리가 다시 반등 조짐을 보이는 등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 금리 환경 변화에 따라 기대했던 조달비용 절감 폭이 제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새 사령탑으로 발탁된 손대진 대표의 역량이 향후 BNK캐피탈의 자금조달 전략을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부산은행 여신지원본부장 등을 역임한 '여신통'인 손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강도 높은 포트폴리오 재편과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전성 회복을 통해 자체 신용도를 끌어올리고, 이를 조달비용 절감으로 연결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장기 과제로 꼽힌다.
여신금융업계 관계자는 "BNK캐피탈의 자금조달 전략은 '그룹 후광효과'를 통한 버티기에서 '건전성 회복'을 통한 비용 효율화로 전환되는 변곡점에 있다"며 "향후 시장금리 반등 여부가 변수지만, 고금리 차환 물량 소화와 부실채권 정상화가 맞물리며 조달 여건은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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