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울 기자] 금융당국이 올해 1분기부터 보험사를 대상으로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시범 운영하는 가운데, 사외이사 전원 임기 만료를 앞둔 한화생명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법적으로는 현 사외이사의 전원 연임이 가능한 구조이지만, 강화된 모범관행에 따라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입증해야 하는 압박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ESG평가 지배구조 부문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던 터라, 제도 시행 첫 해의 부담을 고스란히 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올해 사외이사 전원(이인실·임성열·박순철·정순섭)이 임기 만료를 맞는다. 이들 사외이사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상 사외이사 최대 임기 6년 제한에는 아직 여유가 있어 전원 연임이 가능한 상황이다. 문제는 지배구조 모범관행이 본격 적용되는 첫 해에 이사회 구성에 아무런 변화를 주지 않을 경우, 금융당국을 상대로 그 판단 배경을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는 점이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1분기부터 보험사를 포함한 금융사를 대상으로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시범 운영한다. 해당 가이드라인에는 ▲사외이사 전문성과 다양성 관리 ▲이사회 역량 구성표 마련 ▲사외이사 임기 관리 기준 명문화 ▲CEO 승계 전 과정 관리 등이 포함돼 있다. 형식적 요건 충족을 넘어 이사회 구성 원칙과 판단 과정 자체가 평가 대상이 되는 구조다.
한화생명은 이미 이사회 독립성에 대한 지적을 한 차례 받은 적이 있다. 지난해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하면서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비율이 4대4가 되자, 시장에서는 한화생명의 이사회 독립성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후 기존 사내이사였던 신충호 부사장이 퇴임하면서 형식적으로 독립성 요건을 맞췄다.
여기에 외부 평가에서도 한화생명의 지배구조 부문은 환경(E)과 사회(S) 부문과는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한국ESG기준원의 ESG 평가에서 한화생명은 환경(E)은 A+등급, 사회(S)는 A등급을 받았지만, 지배구조(G) 부문은 B+등급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한화생명의 이사회 구성과 지배구조 운영 방식이 상대적으로 아쉽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이번 인선에서 이인실 사외이사의 거취는 상징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 이사는 현재 한화생명 이사회에서 여성 사외이사이자 선임 사외이사로, 성별 다양성과 독립성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때문에 이 이사의 연임 여부는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이사회 구성 원칙과 다양성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한화생명의 선택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배구조 모범관행이 도입된 첫 해에는 '바꿨느냐'보다 '왜 그렇게 판단했느냐'가 더 중요해진다"며 "한화생명의 경우 전원 연임도 가능하지만, 변화를 주지 않을 경우 그 이유와 이사회 역량 구성이 충분하다는 설명 책임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한화생명의 사외이사 인선 방향은 지배구조 모범관행이 선언적 기준에 그칠지, 실제 이사회 구성과 인사 판단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는지를 가늠하는 또 하나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제도 시행 첫 해에 내려질 한화생명의 선택이 향후 보험업계 전반의 이사회 운영 기준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화생명은 제도 시행 과정과 구체적인 운영 기준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지배구조 모범관행은 아직 시범 운영 단계라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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