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윤종학 기자] 국내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선택과 집중' 전략이 승패를 갈랐다. K-팝 기획사에 화력을 집중한 상품은 고공행진한 반면, 드라마 제작사나 웹툰 플랫폼 등으로 보폭을 넓힌 상품들은 지지부진한 성적을 거두며 수익률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상장된 주요 미디어·엔터 관련 ETF 5종의 성과를 분석한 결과 세부 투자 섹터에 따른 수익률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ETF들의 상장 시기를 살펴보면 미디어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가 읽힌다. 가장 오래된 상품은 2015년 상장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디어컨텐츠'다. 당시 방송과 영화 중심의 전통적 미디어 시장을 폭넓게 담는 전략을 취했다. 이어 2017년 콘텐츠 수출 붐과 함께 'KODEX K콘텐츠'가 등장했으며, 2021년에는 웹툰과 드라마 플랫폼의 급성장에 발맞춰 'KODEX 웹툰&드라마'와 'HANARO Fn K-POP&미디어'가 나란히 시장에 나왔다. 반면 가장 늦은 2024년 1월에 상장한 'ACE KPOP포커스'는 포트폴리오의 95% 이상을 순수 K-팝 기획사에만 집중하는 트렌드를 반영하며 후발 주자로서의 차별화를 꾀했다.
수익률 측면에서 가장 우수한 성과를 낸 상품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KPOP포커스'다. 23일 기준 연초 이후 수익률이 41.64%에 달해 5종의 ETF 중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이 상품은 에스엠(27.1%), 하이브(24.5%), JYP Ent.(24.2%), 와이지엔터테인먼트(19.2%) 등 소위 '엔터 빅4' 종목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올해 이들 기획사의 핵심 아티스트들이 대거 컴백하고 글로벌 월드 투어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개별 종목의 주가 상승분이 ETF 수익률로 고스란히 직결됐다는 분석이다.
NH-Amundi자산운용의 'HANARO Fn K-POP&미디어' 역시 하이브(24.7%)와 JYP Ent.(21.9%) 등 주요 기획사들의 주가 호조에 힘입어 26.38%라는 준수한 수익률을 거뒀다.
반면 투자 대상을 콘텐츠 제작과 플랫폼으로 넓힌 상품들은 관련 종목들의 주가 부진에 발목이 잡혔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디어컨텐츠'와 삼성자산운용의 'KODEX K콘텐츠'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각각 15.78%, 18.57%에 그쳤다. 이들 상품은 하이브 등 기획사 비중을 10%대 초반으로 낮추는 대신 스튜디오드래곤, CJ ENM, NAVER 등을 높은 비중으로 편입하고 있다.
가장 고전한 상품은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웹툰&드라마'로 연초 이후 수익률이 3.36%에 불과했다. 1위인 한투운용과 비교하면 1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이는 해당 ETF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NAVER(22.6%)와 카카오(14.2%) 등 대형 플랫폼주와 스튜디오드래곤(15.3%), CJ ENM(10.3%) 등 드라마 제작사들의 주가가 제작비 상승 및 광고 시장 둔화 여파로 연중 내내 횡보하거나 하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수익률의 격차는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과 그에 따른 순자산 규모의 차이로 직결됐다. 가장 늦게 상장한 후발 주자인 'ACE KPOP포커스'는 성과를 바탕으로 순자산 2391억원을 기록하며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2위인 TIGER 미디어컨텐츠(1295억원)를 두 배 가까이 앞지른 수치다. 반면 수익률이 가장 저조했던 'KODEX 웹툰&드라마'의 순자산은 120억원에 그쳐 투자자들에게 소외된 모습을 보였다.
비용 측면에서도 상품별 차이가 뚜렷했다. 'ACE KPOP포커스'는 총보수 0.30%, 실부담비율 0.3835%로 5종 중 가장 저렴한 비용 구조를 갖췄다. 반면 'TIGER 미디어컨텐츠'는 총보수 0.50%, 실부담비율 0.6174%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KODEX 웹툰&드라마' 역시 실부담비율이 0.6125%에 달해 수익률 대비 비용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K-팝 기획사들은 강력한 팬덤을 기반으로 실적 우상향을 이어가고 있는 반면, 드라마와 웹툰 섹터는 수익성 악화 우려로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태"라며 "이러한 개별 종목 간 수익률 양극화가 ETF 성과 차이로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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