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기령 기자] 스타트업의 신기술 육성을 위해 조성된 정책자금 펀드가 본래 취지인 모험자본 역할을 외면하고 전환사채(CB) 등 메자닌 투자를 통한 수익 확보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금융당국으로부터 위험가중자산(RWA) 하향 혜택까지 받은 '기후기술펀드' 운용사 키움증권과 프렌드투자파트너스가 상장사 CB 물량을 대거 받아내며 사실상 고금리 대출 기관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차전지 및 디스플레이 장비 기업 나인테크는 최근 120억원 규모의 제6회 사모 CB 발행을 결정했다. 조달 자금은 운영자금과 신사업 연구개발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번 CB의 주요 인수 주체 중 '키움-프렌드 기후기술펀드'는 전체 발행액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30억원을 인수하며 단일 펀드 기준 최대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해당 펀드는 지난해 8월 한국성장금융의 은행권 기후기술펀드 출자사업에서 키움증권과 프렌드투자파트너스가 공동 운용사(Co-GP)로 선정되어 결성한 펀드다. 성장금융이 지분 40%를 출자했으며 기후기술 기업 성장을 돕는 마중물 역할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이 펀드는 금융위원회가 출자 은행들에 RWA 가중치를 400%에서 100%로 대폭 낮춰주는 혜택을 부여한 정책 자금이다. 정부와 은행권이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며 조성한 자금이 상장사 메자닌 시장의 안정적 수익원으로 흘러 들어간 셈이다.
업계에서는 정책자금 펀드가 지분 투자가 아닌 메자닌 투자에 활용됐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CB는 기업 성장 시 주식 전환으로 수익을 노릴 수 있고 주가 부진 시에는 원금 회수와 이자 수취가 가능하다. 나인테크 CB는 표면이자율 0%지만 만기보장수익률 1.0%를 보장하며 오는 2028년 6월부터 청구 가능한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이 포함되어 있다. 주가 하락 시 전환가액을 최초 가격의 70%까지 낮추는 리픽싱 조항까지 갖춰 투자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다.
성장금융 측은 이번 투자가 규정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성장금융 관계자는 "모든 정책 펀드는 비주목적 투자 범위 내에서 상장사나 해외 기업, 세컨더리 등에 투자할 수 있도록 용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본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책 자금이 투입된 펀드라면 비주목적 투자라 할지라도 일반적인 사모펀드와는 차별화된 운용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단순히 규정 준수 여부를 따지는 차원을 넘어 국민 혈세와 정책적 혜택이 투입된 자산의 기회비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논리다. 특히 RWA 혜택까지 받은 펀드가 리스크를 회피하며 상장사 이자 수익에 안주하는 것은 정책금융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따라 향후 운용사 선정 및 성과 평가 과정에서 정책 취지에 부합하는 운용 전략을 견지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정교한 정성 평가 체계가 작동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VC업계 한 관계자는 "성장금융 자금과 RWA 혜택까지 받은 펀드는 초기 기업이나 고위험 신기술 분야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GP는 초기 기업이나 고위험 신기술 분야에 자금을 흘려보내는 책임감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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