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임초롱 기자] 한국산업은행이 보유 중인 HMM 주식에 대해 취득 시점별 매수가격배분(PPA) 평가와 손상검사를 위한 외부 실사 작업에 착수했다. 회계상 지분 가치의 정합성을 점검하는 절차로, 업계에서는 산은이 향후 HMM 재매각을 염두에 두고 사전 정비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정부는 HMM 지배구조 개편과 본사 부산 이전 등을 담은 로드맵을 마련하면서 HMM 민영화 작업을 준비 중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산은은 HMM 주식 가치평가 실사를 위해 대형 회계법인 등을 대상으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하고, 지난 15일 제안서 접수를 마감했다. 이번 입찰은 협상을 통해 수행사를 선정하는 제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된다. 산은은 제안서를 평가한 뒤 협상 적격자에 한해 개별 통보할 예정이다. 실사 기간은 약 5주로 예상되나, 평가 범위에 따라 다소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외부 실사는 산은이 HMM 경영난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발행된 영구채의 주식 전환 시점이 서로 다른 데다 자사주 매입·소각 등으로 지분 구조 변동이 이어지며 취득 원가와 지분 가치 산정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취득 구조를 회계적으로 정리하고 손상 여부를 포함한 지분 가치의 정합성을 재확인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산은은 HMM 보통주 3억3413만3427주(지분율 35.4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손상검사는 단순히 현재 주가와 장부가를 비교하는 절차가 아니라, 취득 시점별 원가 구조를 기준으로 향후 회수 가능한 금액을 재산정하는 과정이다. 업계에서는 산은이 손상 발생 가능성 자체보다는, 지분 가치에 대한 회계 처리의 적정성을 선제적으로 점검하는 데 이번 실사의 방점이 찍혀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앞서 산은은 HMM의 경영난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2016년과 2018년에 걸쳐 총 8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인수했다. 당시 HMM 주가는 5000~6000원대에 머물렀다. 이후 2021년 해운업 슈퍼사이클 국면에서 주가가 5만원대를 넘어서자 영구채 상당 부분이 주식으로 전환됐고, 2023년에도 잔여 물량에 대한 추가 전환이 이뤄졌다. 영구채 인수 당시와 주식 전환 이후 주가 수준을 단순 비교할 경우, 산은은 2조4000억원가량의 평가이익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HMM은 옛 현대상선 시절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운업 불황의 직격탄을 맞으며 2011년부터 2015년까지 1조7753억원의 누적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결국 2016년 채권단 관리 체제에 들어섰고, 이후에도 2019년까지 적자가 이어지며 영구채 등 채권단 자금 지원에 의존해왔다.
이 과정에서 산은은 HMM 인수 이후 회수 가능한 자산 가치에 대한 회계적 점검을 이어왔다. 2024년 말 기준 산은은 HMM 주식 2억9719만9297주(지분율 33.73%)에 대해 장부가액 5조2407억원을 계상했다. 반면 최근 주가를 기준으로 산은이 보유한 지분 가치는 이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달 15일 기준 시가총액 기준으로 산은이 보유한 35.42% 지분율은 6조9166억원에 달한다.
다만 장부가액과 시가 기준 평가는 산정 시점이 달라 직접 비교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이번 실사를 통해 이러한 시점·구조 차이를 반영한 회계적 정합성을 맞추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주목할 부분은 이번 회계 정비 작업을 계기로 HMM 재매각 논의도 다시 추진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HMM 지배구조 개편과 본사 부산 이전 등을 포함한 로드맵을 마련하며 민영화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도 산은은 HMM 매각을 추진했지만, 영구채의 주식 전환에 따른 지분 희석 문제와 경영권 이전 불확실성 등이 겹치며 최종 성사에는 이르지 못했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과거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분식회계 사례처럼 채권단 관리 체제가 장기화될 경우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산은 내부에서도 중요한 교훈으로 남아 있다"며 "HMM역시 적절한 시점에 시장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산은 내부에서도 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해양수산부 장관 공백 등 정책 환경 변화는 변수로 꼽힌다. 컨트롤타워 부재로 인해 HMM 본사 부산 이전과 지배구조 개편을 포함한 로드맵 추진이 일시적으로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해양수도 부산'은 해운·물류업 주무부처인 해수부와 함께 HMM을 포함한 해운사들의 본사 부산 이전 내용이 담겼다.
반면 산은 입장에서는 정치·정책 변수에서 벗어나기 위해 재매각 논의를 서두를 가능성도 함께 거론된다. 채권단 다른 관계자는 "산은의 본점 부산 이전이 백지화되긴 했으나, HMM의 본사 부산 이전과 동남권투자공사 설립 등이 지연되면서 산은 내부에서는 아직 불씨가 남은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잔류해 있다고 들었다"며 "지분 가치에 대한 회계적 정리를 마친 뒤 재매각 카드를 통해 부담을 털어내려는 시각도 존재한다"고 전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