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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명운 걸린 150조…온유한 여성 리더에 맡겼다
김규희 기자
2025.12.09 15:32:08
본부장 승진카드 접고 전문 부행장 전보…초기 리스크 줄일 검증된 베테랑 전진 배치
이 기사는 2025년 12월 09일 15시 3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혜숙 한국산업은행 부행장 (제공=산은)

[딜사이트 김규희 기자] 한국산업은행이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이끌 초대 수장으로 고심 끝에 신혜숙 현 혁신성장금융부문장(부행장)을 낙점하면서 실험보다는 안정을 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시장에서는 본부장급 인사를 신임 부행장으로 승진 발탁할 거란 예상도 제기됐지만 대통령이 당선공약으로 내건 국가적인 역점 사업이라 반드시 성공으로 이끌 중역을 선택했다는 해석이다. 


9일 산업은행은 신혜숙 부행장을 혁신성장금융부문장에 선임해 이번에 신설된 국민성장펀드부문의 부행장급 조직을 이끌도록 임명했다. 신 부행장은 금융위원회 신설 조직과 협업해 앞으로 150조원 규모의 펀드 업무를 전담하게 된다. 펀드의 직접투자와 모(母)펀드를 통한 간접투자, 인프라 투자 등 운용 전반을 지휘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는 것이다. 신 부행장은 이와 별도로 산업은행이 기존에 운용 중인 첨단전략산업기금 업무까지 총괄하게 된다.


이번 인사는 산업은행이 야심 차게 준비한 국민성장펀드의 초기 안착을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국민성장펀드가 이재명 정부의 핵심 경제 공약이자 국가적 아젠다라는 특수성을 고려할 때 업무 연속성과 중량감이 검증된 인물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당초 산업은행 안팎에서는 국민성장펀드부문장 자리에 최만식, 김사남 등 주요 본부장급 인사들이 승진과 함께 배치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통상적으로 신설 부문의 장은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시각을 접목하기 위해 신임 부행장이 맡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사 발표 직전까지도 내부에서는 본부장급 후보군을 대상으로 검증 작업이 치열하게 이뤄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인선 막판에 기류가 급변한 것으로 전해진다. 15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운용하고 정부의 핵심 정책을 최전선에서 수행해야 하는 자리에 갓 승진한 부행장을 앉히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크다는 신중론이 대두됐다는 전언이다. 국민성장펀드는 단순한 금융 지원을 넘어 정권의 성패와 직결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조직 장악력과 위기 관리 능력이 검증된 '베테랑'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이에 따라 기존 부행장단 중에서 대체투자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혁신성장 부문을 무리 없이 이끌어온 신 부문장이 적임자로 낙점됐다. 기존 혁신성장금융부문에서의 업무 연관성도 고려된 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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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인사를 두고 내부에서는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교차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150조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총괄하는 막강한 자리처럼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부문장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국민성장펀드는 구조적으로 부문장 개인의 판단보다는 각종 위원회를 통해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시스템이다. 펀드 조성부터 운용사 선정, 투자 집행에 이르는 전 과정이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라는 명분 아래 촘촘한 위원회 검증을 거쳐야 한다. 사실상 부문장은 결정된 사안을 집행하고 관리하는 관리자 역할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당초 하마평에 올랐던 일부 부행장 후보군 사이에서는 국민성장펀드부문장 보직을 기피하는 기류마저 감지됐다. 대외적인 주목도는 높지만 실질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반경은 좁고 책임만 무거운 자리라는 인식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자칫 정책적 목표 달성에 실패하거나 운용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할 경우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성과를 내더라도 위원회 시스템 특성상 부문장의 공으로 돌리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도 기피 요인 중 하나다.


서울 여의도 한국산업은행 본점 전경 (제공=한국산업은행)

결과적으로 신 부문장은 조직 안정화와 펀드 출범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구원투수로 등판하게 됐다. 그는 앞으로 국민성장펀드의 세부 운용 계획을 수립하고 민간 자금 매칭을 유도하는 등 펀드 조성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직된 의사결정 구조 속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조직을 이끌고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국민성장펀드는 현 정부 경제 정책의 성패를 가를 핵심 사업인 만큼 산은 입장에서도 모험보다는 안정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며 "단순한 자금 운용을 넘어 정부와 긴밀하게 호흡을 맞춰야 하는 자리라 정책 이해도와 전문성을 두루 갖춘 신 부행장이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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