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재윤 기자] 김범석 쿠팡 의장은 과거 2021년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당시 국내가 아닌 미국 증시를 선택했다. 대규모 투자 유치와 함께 차등의결권 구조를 통한 안정적인 경영권 방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렇게 만들어진 기업 지배구조가 결과적으로는 책임경영의 경계를 희미하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쿠팡의 지배구조 정점에는 모회사 쿠팡Inc.가 있다. 2021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쿠팡Inc.는 그 아래 한국법인 쿠팡㈜을 비롯해 쿠팡USA, 쿠팡아시아홀딩스의 지분 100%를 보유하며 지배하고 있다.
쿠팡의 전체 매출 중 80% 이상은 국내법인인 쿠팡㈜에서 발생한다. 그럼에도 쿠팡이 국내가 아닌 미국 상장을 택한 것은 대규모 성장자금 확보를 염두에 둔 결정이었다. 당시 조 단위 누적 적자를 기록하던 쿠팡은 플랫폼 기업에 대한 성장가치 평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미국 시장에서 상장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쿠팡은 2014년 알리바바 이후 외국 기업의 미국 기업공개(IPO) 가운데 최대 규모로 평가받았다. 당시 공모를 통해 약 5조원 안팎의 자금을 확보하며 단숨에 '한국 대표 플랫폼 기업'으로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쿠팡이 미국 증시에 상장한 또 다른 배경에는 차등의결권을 통한 김 의장의 경영권 안정 목적도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뉴욕증시는 창업자에게 일반주보다 높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차등의결권 구조를 허용한다.
당시 쿠팡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등 글로벌 대형 펀드로부터 이미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창업자 지분이 상당히 희석된 상태에서 IPO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에서 상장을 추진할 경우 추가 지분 희석이 불가피했다. 이에 김 의장은 차등의결권을 통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미국 증시 상장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김범석 의장은 보통주보다 29배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클래스 B보통주 1억5780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율로는 약 8.8%만 보유하고 있지만 의결권 기준으로는 73.7%를 행사할 수 있다. 사실상 절대적 지배권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이러한 기업 지배구조가 결과적으로 경영 책임의 공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된다. 쿠팡은 최근 3370만명에 달하는 이용자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나 미국시장에 상장된 모회사 쿠팡Inc.는 국내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 책임질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게다가 김 의장은 2021년 쿠팡 한국법인 등기임원직을 내려놓은 데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동일인(총수)' 지정에서도 제외됐다. 이로 인해 한국에서 김 의장의 책임을 직접적으로 묻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쿠팡이 미국에 모회사를 두고 있고 지분구조나 의사결정 권한이 분리된 데다 국내 법제의 한계까지 겹치면서 실질적으로 책임을 묻기 어려운 구조가 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김범석 의장이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쿠팡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드릴 수 있는 답변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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