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심혈을 기울여 탄생시킨 제네시스가 올해 출범 10주년을 맞았다. 초기만 해도 '한국차가 독일·일본 프리미엄 브랜드와 경쟁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제네시스의 라인업은 세단을 넘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전기차로 넓어졌고, 북미·중국·호주 등 20여개 주요 시장에 안착하며 글로벌 프리미엄 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딜사이트는 제네시스의 지난 10년을 되짚고,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김정희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승부수'로 띄운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출범 10주년을 맞았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한계를 시험한다는 평가 속에 출발한 제네시스는 세단·SUV·전기차로 제품을 확장하며 '한국형 럭셔리'를 세계 시장에 각인시켰다. 여기에 현대차 수익성을 개선하는데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 정 회장이 10년 전 내걸었던 "고급차 시장에서 자리 잡겠다"는 선언이 현실이 된 셈이다.
정 회장은 2015년 11월4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직접 무대에 올라 제네시스 출범을 알렸다. 1967년 창립 이후 48년간 '현대' 단일 브랜드 체제로 성장한 회사가 처음으로 별도 고급차 브랜드를 출범시키며 방향 전환을 선언한 순간이었다. 당시 정 회장은 "지금 이 시간부로 제네시스는 새로운 브랜드로 탄생했다"며 "제네시스를 앞세워 세계 고급차 시장에서 입지를 쌓겠다"고 강조했다.
◆ 2004년 비밀 TF로 태동…'저가車' 현대차 이미지 바꿔
제네시스의 뿌리는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차는 당시 비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독자 럭셔리 세단 개발에 착수했다. '저품질 저가격' 이미지가 강했던 현대차의 경쟁력을 끌어 올려 독일 벤츠, 일본 렉서스 등과 경쟁하기 위함이었다. 현대차는 2007년 뉴욕 오토쇼에서 개발해 온 콘셉트카 '제네시스 BH'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고, 이듬해 양산형인 BH를 시장에 내놨다. BH는 현대차가 글로벌 최초로 선보인 신형 엔진을 탑재한 후륜구동 방식의 차량이다. 이전까지는 엔진의 동력을 앞바퀴에 전달해 구동하는 방식인 전륜 구동 방식을 적용한 차량을 위주로 만들어왔었다.
출시 직후 제네시스는 북미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2009년 미국 경제전문매체인 마켓워치는 "럭셔리 입문 소비자에게 최적의 차"라고 평가했고 같은 해 북미 국제오토쇼와 캐나다 토론토 모터쇼에서 '올해의 차'로 선정됐다. 첫 세대 모델의 성공은 2세대 개발과 브랜드 독립의 결정적 기반이 됐다.
제네시스는 브랜드 출범 후 글로벌 럭셔리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키웠다. 제네시스는 2017년 미국 JD파워 신차품질조사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1위를 기록했으며, 2020년까지 4년 연속 JD파워 고급차 브랜드 1위에 이름을 올렸다. 2017년 출시된 중형 스포츠 세단인 G70은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미국의 자동차 전문지로부터 호평을 받았고, 국산차 최초로 미국 모터트렌드 올해의 차에 선정됐다. 브랜드 첫 전용 전기차인 GV60은 독일에서 올해의 고급차를 수상했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2015년 말 첫선을 보인 이후 한국 최초의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라는 사명을 품고 고객 중심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의 동반자라는 철학을 지켜왔다"며 "10년간 고객의 평온한 일상을 배려하고 영감을 일깨우는 경험을 선사하며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적 정체성을 가진 럭셔리 브랜드로 존재감을 넓혀왔다"고 자평했다.
◆ 현대차,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수익성 강화
제네시스는 단순히 '현대차'라는 브랜드 자체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시켰을 뿐 아니라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현대차의 영업이익률과 제네시스 판매량은 나란히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제네시스 판매가 늘면 현대차의 수익성이 좋아지는 구조인 것이다.
브랜드 출범 이듬해인 2016년 제네시스 판매량은 글로벌 기준 6만5586대였고 2018년 8만5389대, 2021년 20만1415대로 껑충 뛰었다. 2023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22만5000대, 22만9532대를 기록했다. 현대차 전체 판매에서 제네시스가 차지하는 비중도 1%대에서 5% 중반대로 커졌다. 다시 말해, 현대차가 판매한 차량 100대 가운데 5대는 제네시스라는 의미다.
현대차의 수익성도 상승 흐름을 탔다. 2016년 5.5%이던 이 회사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8.1%로 뛰었다. 업계는 고마진 제품인 SUV와 친환경차량 판매가 증가한 점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네시스 역시 고부가 제품으로 분류되는 만큼 수익성 개선을 견인하는 데 한몫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유럽과 미국 자동차 산업 내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라며 "(현대차는) 유럽에서 전기차 판매 비중 확대로 낮아진 수익성을 미국 시장에서 제네시스와 하이브리드 차량의 판매 확대로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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