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임초롱 기자] 홍콩항셍(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논란과 관련해 피해자들이 은행권을 상대로 두 번째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금융당국이 권고했던 자율배상안에 동의하지 않고 금융사들의 구조적 불완전판매를 문제 삼고 있다. 하지만 지난 6월 1차 소장 접수 이후 넉 달이 지나도록 은행들은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아 소송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9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법무법인 정세는 지난달 홍콩 ELS 투자 피해자 19명을 대리해 KB국민·신한·농협은행을 상대로 약 20억원 규모의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2차)을 법원에 제출했다. 앞서 지난 6월에도 피해자 17명을 대리해 국민·신한·하나·농협은행과 KB증권, KB라이프생명을 상대로 1차 집단소송을 제기한 바 있으며, 현재는 3차 소송 접수를 준비 중이다.
다만, 집단 소송인 만큼 1차 소장 접수 이후 소송 자체는 경과가 더딘 것으로 전해졌다. 17명이 같이 모여 제기했던 1차 소송 규모는 36억원 정도인데 피소된 은행들이 서면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아 소송 진행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재영 법무법인 정세 변호사는 "올해 6월 처음으로 소송을 제기한 뒤 9월에는 2차 소송을 제기했으나, 1차 소송에 대해서도 아직 은행들이 서면 제출을 하지 않은 상태여서 관련 소송의 진전은 없다"고 설명했다.
통상 법원은 소장이 접수되면 피소 측에 보통 30일의 답변 기한을 부여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집단소송이 제기되면 법원에서도 사안의 복잡성과 상황별로 다른 점 등을 감안해주기 때문에 거의 사문화된 기한이다. 만약 고의로 소송을 지연시키고자 하는 정황이 발견되면 법원에서 직접 나서서 답변 제출을 촉구한다. 즉 법원에서도 1차 소장 접수 이후 금융사들에 변론기한을 촉구한 적이 없는 점을 미뤄봤을 때 홍콩 ELS 관련 집단 소송에 대해 사안의 복잡성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최 변호사는 "은행들이 고의적으로 답변 제출을 미루고 있다기보다는 집단 소송이다보니 케이스가 저마다 달라 일률적이지 않는 등 복잡하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은행권에서 소송 대리인을 선임했다고 통보받았지만, 그럼에도 4개월이 넘도록 답변 제출이 없는 점은 이례적인 편"이라고 말했다.
문제가 된 홍콩H지수 ELS는 2021년 1만2000선까지 상승했던 지수가 지난해 5000선까지 급락하면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상품이다. 금융사들이 판매한 홍콩 ELS는 판매 시점과 상품 구조마다 다르지만, 통상 만기가 3년으로 이때 홍콩H지수가 투자 당시의 65~70%까지는 돼야 수익 상환이 가능하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홍콩H지수 ELS 손실 확정 계좌는 은행권만 17만건이며, 원금 10조4000억원 중 4조6000억원의 손실을 봤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현장검사에서 금융사들의 불완전판매 정황을 확인하고 홍콩H지수 ELS를 판매한 은행들에 대해 20~40% 자율배상 비율을 권고했다. 적합성 원칙과 설명 의무 위반이 반복적으로 발생했기 때문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자율배상안을 거부하고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며 소송을 선택했다. 2차 집단 소송까지 제기된 이유다. 다만 지난달 홍콩H지수 ELS 불완전판매 소송에서 은행 승소 판결이 나오면서 신중해진 모습이다. 소송을 준비하는 원고들은 금융당국의 자율배상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하면 자율배상금도 놓치고 피고 측 법무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탓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집단 소송이이어서 고소장 자체가 물리적인 자료가 많다 보니 이에 대해 변론하기 위해 검토하고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다"며 "소장을 받은 다른 은행들과 금융사들도 마찬가지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데드라인에 맞춰서 관련 답변을 성실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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