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진리 기자] 제4인터넷전문은행(4인뱅) 인가가 사실상 무기한 표류하면서 컨소시엄들이 인력·자금 손실에 속앓이하는 사이, 일찌감치 참여를 접은 '더존비즈온'은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 은행 설립 대신 ERP(전사적자원관리) 1위 사업 역량을 앞세워 신한금융그룹과 손잡은 전략적 제휴가 주목받으며, 불확실성을 피해 간 '선제 철수'가 성장 모멘텀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더존비즈온은 은행 라이선스를 직접 취득·운영하는 대신 국내 ERP 시장 1위라는 강점을 살려 신한금융과 제휴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을 택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결단이 미래 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4인뱅 설립 절차는 사실상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금융당국이 최근 소소뱅크·소호은행·포도뱅크·AMZ뱅크 등 4개 컨소시엄의 예비인가 신청을 자본력 부족 등을 이유로 불허하면서다. 이로 인해 인가 신청을 준비해 온 컨소시엄들은 투입한 인력과 자원을 고스란히 기회비용으로 잃을 위기에 놓였다.
한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예비인가 준비 단계에서만 최소 수천만에서 수억원의 비용이 들어가고, 추가 자료 대응과 주주단 협의까지 1년 이상 소요돼 본업 피해와 기회비용 손실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선 주요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4인뱅 논의가 후순위로 밀리며 기회비용 회수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또 다른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현재 배드뱅크, 금융당국 체계 개편에 모든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라며 "4인뱅은 당국의 주요 관심사가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4인뱅 설립 추진을 중단한 더존비즈온은 사뭇 다른 분위기다. 앞서 더존비즈온은 신한은행과 기업 디지털 금융 플랫폼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시장 진출을 준비해 왔다. 이어 신한투자증권의 특수목적법인(SPC) '신한밸류업제일차'가 더존비즈온 지분 9.99%를 블록딜 방식으로 인수해 2대 주주에 오르며 협력 관계를 강화했다.
시장에서는 더존비즈온이 주도하고 신한은행 등 자본력이 풍부한 금융사가 참여하는 '더존뱅크' 컨소시엄 출범을 기대했지만, 지난 3월 돌연 철회를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신한은행의 뛰어난 대관 능력을 바탕으로 4인뱅 설립 인가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 더존비즈온이 사업을 중단하고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 결정은 단기적으로 주가에 부담을 줬지만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막대한 자본 조달과 초기 영업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불확실성을 해소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뒤따랐다. 실제 인터넷은행을 설립하려면 최소 자본금 외에도 시스템 구축, 인력 채용 등에 수천억 원이 필요하고 출범 초기 수년간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더존비즈온은 인가 철회로 이러한 재무 부담과 규제 리스크를 피하면서 주력 ERP 사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현재는 200만개 이상의 ERP 회원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한금융과 함께 ERP 뱅킹 브랜드 'DJ Bank' 공식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은 결과적으로 호재로 돌아온 모양새다. 더존비즈온 주가는 지난 19일 52주 최고가(9만4000원)을 경신하는 등 우상향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화투자증권은 더존비즈온의 목표가를 기존 9만원에서 9만5000원으로 상향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금융당국의 규제와 내부통제, 자본확충 요구 등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4인뱅이 출범하더라도 초기 수년간 적자를 각오해야 한다"며 "더존비즈온과 신한이 선택한 제휴 모델은 실행 속도가 빠르고 유연성이 높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성공한 한 수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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